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발생 이후 김범석(사진)쿠팡Inc 의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국회와 소비자단체 등이 김 의장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묵묵부답이다.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추진되고, 국회에서는 김 의장 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김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김 의장을 고발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 의장이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다 이번 사태에서도 사과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강수를 두겠다는 의도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7일 열릴 쿠팡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의장은 그간 국회 요구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2015년 국정감사 증인 채택 당시에는 농구를 하다가 아킬레스건을 다쳤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2020년 노동자 사망 사고가 줄을 이었을 때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개는 해외 체류가 불출석 사유였다. 김 의장은 미국 공시에 ‘한국 사업의 최고운영의사결정자’로 명시돼 있는데도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한국 사업은 제 소관이다” “김 의장이 어딨는지 장소를 모른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 의장을 향한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쿠팡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쿠팡 미국 본사를 상대로 한 미국 내 집단 소송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부는 쿠팡의 전관 채용 사례도 조사할 예정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주문했다.
그럼에도 김 의장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회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을 고발할 수 있지만, ‘정당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설령 김 의장이 고발되더라도 그가 자진해서 입국하지 않는 이상 수사에는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청문회도 비슷한 맥락에서 출석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는 예상이 많다.
김 의장이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번 사태 발생 이후 쿠팡의 주가가 급격히 내려갔고, 단기적으로는 이용자 이탈과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실소유주로서 김 의장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사내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이번 사태를 외면하면 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