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왜 사표 아니고 직권면직?’… 차관 경질 베일 속 뒤숭숭한 농식품부

입력 2025-12-09 00:25

강형석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5일 직권면직된 후 수일이 지났지만 농식품부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04년 노무현정부 시절 김주수 전 농림부(현 농식품부) 차관 사례와 비교해 경질 이유와 방식이 모두 이례적이어서 확인되지 않는 소문만 무성하다. 강 전 차관이 경질 이후 연락 두절 상태가 되면서 혼란은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강 전 차관의 직권면직은 2000년대 들어 농식품부 차관급 경질로는 두 번째다. 현직 의성군수인 김 전 농림부 차관은 2004년 9월 현금 수수 건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농협중앙회 간부였던 고교 선배에게서 현금 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국무총리실 정부합동단속반에 적발돼 문제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금 수수일이자 적발일로부터 나흘 만에 제출된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당시 청와대는 이 행위가 ‘범법’은 아니지만 공직 기강 차원에서 사표를 수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 전 차관의 경우 경질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 ‘부당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하는 등 법령을 위반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만 있을 뿐이다. 농식품부 안팎에서는 ‘큰 사고’를 칠 만한 인물이 아니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전직 농식품부 관계자는 8일 “사고를 칠 정도로 간이 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질 방식도 이례적이다. 각 부처 차관급 이상 경질은 사표로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은 ‘진승현 게이트’ 건으로 2001년 사표를 냈고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은 X파일 건으로 2005년 사표를 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역시 별장 성접대 건으로 2013년 사표를 내며 공직을 떠났다. 현 정부도 최근 부동산 설화와 갭투자 의혹이 제기된 이상경 차관을 경질할 때 ‘사표 제출 및 수리’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강 전 차관의 경우 직권면직이 발표된 당일 오전에도 회의를 주재할 만큼 경질 여부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강 전 차관은 농식품부 직원들과 연락을 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한 경질 사유를 파악하지 못한 농식품부는 내부 함구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소문은 계속 덩치가 커지고 있다. 감사관과의 갈등설, 송미령 장관과의 불화설 등 내용도 다양하다. 특히 내부 투서가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면서 조직 내 불신이 커지는 모양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오는 1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