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의원총회 논의 끝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속도 조절에 나선 건 여권 안팎에서 두루 제기된 위헌성 우려 때문이다. 우군인 진보진영조차 우려하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역풍만 불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강경파들은 개혁 의지로 위헌 시비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10여명의 의원이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 소지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들은 법안의 내용과 절차를 모두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현재 진행 중인 1심부터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애초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소심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내용이 법사위를 거치며 변경됐다. 이에 한 의원은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강행할 경우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돼 현재 진행 중인 1심 재판들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조국혁신당도 위헌 소지를 제기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필리버스터를 해제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범여권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협조 속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할 경우 자칫 민주당만 고립되는 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단체들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우려를 표명했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현재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관련 법안은 분명 위헌 소지가 있다. 위헌 제청이 이루어지면 윤석열 등 내란 일당은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며 “입법부는 꼼꼼히 법안을 점검해 위헌 소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경파 의원들은 위헌 소지가 이미 해소됐고, 개혁 의지로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내란·외환 재판의 경우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도 형사재판을 정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체할 것까지 염려해서 나뭇잎을 띄웠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정청래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악용 가능성이 있다면 고민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법안 위헌성에 대한 외부 로펌의 법률자문 결과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9~11일 주최하는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논의를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에도 시동을 걸었다. 유튜버·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여당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고 강조하지만 야당은 ‘온라인 입틀막법’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언론자유특위 위원장인 김장겸 의원은 ‘민주당 미디어 악법 저지를 위한 공개 좌담회’를 열고 “정보통신망법은 ‘허위 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넓게 포함해 그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소지가 있다”며 “형사 처벌적 성격을 갖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과잉·중복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판 한웅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