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 풀가동”… 반도체 부품사도 슈퍼사이클 진입

입력 2025-12-09 00:17
게티이미지뱅크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반도체 부품 시장도 본격적인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반도체 기판 등의 수요가 덩달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8일 전자 부품업체 삼성전기의 올 4분기 연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한 2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98.4% 급증한 228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수치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AI 인프라 핵심 수혜주로의 입지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자 부품사 호실적의 핵심 동력으로는 AI 서버용 MLCC와 반도체 기판이 꼽힌다. ‘반도체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이를 필요한 만큼 반도체 능동부품에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하나에 2만개가 넘는 MLCC가 탑재된다. AI 서버 전체로 보면 일반 서버 대비 13배 많은 MLCC가 필요하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맞춤형 반도체’(ASIC) 역시 MLCC 시장의 호재다.

이미 삼성전기 MLCC 공장은 ‘풀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MLCC 제조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의 3분기 평균 공장 가동률은 99%에 달한다. 회사는 수요 급증에 대응해 필리핀 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반도체 기판 시장도 급부상 중이다. 반도체 칩과 전자기기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기 신호가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삼성전기는 올해 2분기부터 글로벌 빅테크에 AI 가속기용 고성능 기판(FC-BGA)을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다. 증권가는 FC-BGA 기판 라인이 2027년까지 사실상 완판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LG이노텍 역시 PC용 FC-BGA를 넘어 서버용 FC-BGA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북 구미시와는 6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MOU)을 맺고 내년 말까지 FC-BGA 양산 라인 확대 및 카메라모듈 생산 설비 구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LG이노텍의 올 4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한 7조9700억원, 영업이익은 63% 늘어난 4030억원으로 전망된다.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유리기판도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다. 기존 플라스틱 재질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유리 재질로 바꾼 것으로, 판 표면이 매끄러워 회로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SKC와 삼성전기가 시제품을 생산하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직접 미국 현지 공장을 찾아가 개발 현황을 점검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의 성능적 우수성은 분명하다”며 “사업성 확보를 위해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 수준과 수율,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맞춰 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