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 대표들은 8일 기존에 상정되지 않았던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관련 안건을 현장에서 발의하면서 법안의 위헌성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다. 법원장회의에 이어 일선 평판사들이 참여하는 회의체에서도 법안에 대한 사실상 반대 의견이 공식화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해당 법안에 관해 신중 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이날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사법제도 개선 및 법관 인사·평가제도에 관한 입장표명 안건과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관련 입장표명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법관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 126명이 모인 회의체로, 참석 법관 과반수 동의로 의결된 안건을 공표한다.
특히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법안은 사전에 상정된 안건에는 없었으나 현장에서 입장표명 여부에 관한 안건, 구체적 입장에 관한 안건이 모두 발의돼 9인 이상 동의를 얻어 상정됐다. 입장표명 여부 안건은 재석 79명 중 67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어 법안의 위헌성에 관한 우려를 표명하는 1안과 우려 표명에 ‘내란 재판에 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2안을 두고 선택 투표가 진행됐다. 일부 법관 대표는 “위헌성에만 초점을 맞춰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1안은 27명, 2안은 50명의 찬성표를 얻으면서 2안이 법관회의 입장으로 공표됐다.
법관 대표들은 의결에 앞서 법원행정처로부터 두 법안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제도 개편 법안에 관한 검토 내용, 행정처 입장 등을 들었다. 행정처 관계자는 기존에 국회 등에 밝혀왔던 법안의 위헌성, 제도 개선 공론화 과정에서 사법부 참여 필요성 등을 법관 대표들에게 설명했다.
사법제도 개선 과정에서 사법부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표명 안건도 재석 89명 중 78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법관회의는 “사법제도 개선에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 그리고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의견이 논의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 인사·평가제도 변경과 관련해선 “단기적 논의나 사회 여론에 따라 성급하게 추진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재석 92명 중 76명의 찬성으로 표명했다.
이날 변협도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법안에 관한 성명을 내고 “특정 사건·집단을 염두에 둔 입법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핵심 요청인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위배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특정 시점·사안에 따라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이나 법관·검사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을 반복한다면 입법권의 헌법적 한계에 관한 의문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국민도 입법 취지의 순수성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산=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