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바이오·제약 기업 알테오젠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5%에 육박하는 대형주가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이날 오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결의의 건’을 의결했다. 회사는 코스피 이전 상장과 관련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공시했다.
알테오젠은 코스피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뒤 상장 절차를 거친다. 심사에서 통과하면 코스닥 상장폐지를 신청하고 코스피 상장 절차에 들어간다. 이전상장 소식에 알테오젠 주가는 이날 0.33% 오른 4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알테오젠이 코스피에 입성하면 현 시가총액 기준 28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알테오젠이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더 많은 투자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망하지만 코스닥은 대형주 이탈로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이날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24조5057억원으로 코스닥 전체(501조270억원)의 4.89%다. 개인 투자자 수급에 영향을 더 받는 코스닥 시장에서 알테오젠은 개인들이 선호하는 종목 중 하나여서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
여기에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에코프로비엠의 코스피 이전 추진설이 다시 언급되는 것도 코스닥엔 악재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이전 상장을 추진하다가 실적 등의 문제로 철회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의 3.38%를 차지하는 에코프로비엠마저 코스피로 이전하면 42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코스닥 시장 개설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 수는 총 105개사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6월 카지노·호텔·복합 리조트 사업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가 이전을 완료했다.
시총 상위 업체가 잇따라 코스닥을 떠나면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동력이 상실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코스닥 벤처펀드의 소득공제 한도 상향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시가총액은 늘어나는데 코스닥 지수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면 이익이 나는 회사들은 앞으로도 코스피로 가려고 할 것”이라며 “부실 기업 퇴출 같은 현실적 방안이 있지 않는 한 활성화 정책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