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계기로 시작된 중·일 갈등이 군사적 대립으로 번진 가운데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일본 오키나와 제도 근해를 항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오키나와 주변 해역에서 활동하는 중국 해군 항모 랴오닝함이 지난 6~7일 함재기와 헬리콥터를 총 100여 차례 이착륙시켰다”고 밝혔다. 랴오닝함은 미사일 구축함 3척과 함께 이동 중이며 일본 영해를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방위성은 설명했다.
방위성에 따르면 랴오닝함은 지난 5일 동중국해 해상에서 출발해 6일 오전 7시쯤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지나갔다. 이후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키나와 본섬과 미나미다이토지마 사이를 통과했으며 7일 가고시마현 기카이지마 동쪽 190㎞ 해역까지 진출했다. 오키나와 제도 전체를 에워싸듯 항행하고 있는 것이다.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호위함으로 랴오닝함을 감시하면서 함재기 이륙에는 항공자위대 전투기 긴급 발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6일 랴오닝함에서 이륙한 중국 해군 J-15 함재기는 비행 도중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에 두 차례 레이더를 조사(겨냥해 비춤)했다. 군용기의 레이더 조사는 공격 목표물을 조준하는 사격통제용과 주변 항공기를 탐지하는 수색용으로 구분된다. 중국 함재기는 사격통제용 레이더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중·일 양국은 이번 ‘레이더 조사’ 충돌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날 중국 해군은 “자위대 항공기가 중국 함재기의 정상적인 비행 훈련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며 일본 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영공 침범 대응 임무를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수행했다. 안전한 비행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는 중국의 지적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의 레이더 조사 선전은 책임을 전가하고 긴장을 과장하며 국제사회를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도 비방전에 나섰다.
중국이 미·일 동맹의 약해진 연결고리를 파고들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이 미국과 일본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동맹의 약속을 재확인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