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시 경찰은 폭력적·공격적 성향을 지녔거나 무기를 소유한 고위험 감시대상자 6341명의 리스트를 관리하고 있다. 기존에는 경찰관이 일일이 이들의 신원과 동태를 파악해야 했지만 이달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경찰관에게 지급되는 ‘인공지능(AI) 보디캠’이 위험 인물을 자동으로 식별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고위험 감시대상자 자동식별을 위한 AI 보디캠 시범사업이 실시되면서 현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확정된 수배자나 범죄자가 아닌, 경찰 당국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요주의인물을 색출하는 데 쓰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AI 보디캠의 확산은 자칫 사생활 침해 문제를 넘어 실시간으로 일반 시민들이 감시 받는 ‘초감시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드먼턴시 경찰청은 이달부터 현장 출동 경찰관들에게 고도의 안면인식이 가능한 AI 보디캠을 지급하고 있다.
이 시범 사업의 취지는 경찰관의 안전 확보다. 경찰청이 사전에 작성한 감시대상자 리스트에는 공격성·폭력성·무장 여부·도주 가능성 등 위험 요소를 바탕으로 분류한 위험 인물들의 신상명세가 등록돼 있다. 지난 2일부터는 강력범죄 전과자 724명이 추가됐다. AI 보디캠의 역할은 이들을 정확하게 가려내 경찰관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안면인식 보디캠 기술력은 이미 수년 전 상용화 단계에 올랐지만, 여러 국가에서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밀려 공공부문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특히 공권력에 의한 인종차별이 종종 사회적 문제가 되는 미국에서는 비난 여론에 밀려 이 분야 선두주자인 엑손 등 빅테크의 기술 개발이 일시 중단되는 상황도 빚어졌다.
경찰 당국이 AI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한 사례는 캐나다가 처음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테러·유괴 등 중범죄 상황을 제외하고는 공공 영역에서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했지만, 영국은 EU를 탈퇴한 이후 런던을 중심으로 해당 기술을 적용한 상태다. 지난 2년간 안면인식 기술로 체포한 인원만 1300여명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경찰도 CCTV·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수집한 비디오 증거를 종합한 생체인식 시스템으로 연간 3000건 이상의 범죄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AI 생체인식 기술은 과도한 공권력 강화·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스마트시티’ 구축 등 정보기술(IT)화를 명목으로 AI 감시카메라(CCTV)를 대규모로 설치하고 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분석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서 운영되는 CCTV는 약 6억대에 달한다. 이를 반정부 성향 시민단체 회원이나 인권운동가 등을 색출·체포하는데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해 보디캠을 정식 제식 장비로 채택했지만, 아직 기능은 촬영·조회 등 수준에 그친다.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채택되진 않았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