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추진하는 12·3 계엄 사건 재판을 위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판검사의 법 왜곡을 처벌한다는 ‘법왜곡죄’ 도입을 놓고 반대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어제는 일선 판사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내란재판부와 법왜곡죄 신설은 위헌성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판사들도 다수 포함된 대표회의에서 합의된 입장으로 이런 의견이 나온 것은 여당의 입법이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뜻일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어제 “특정 사건, 특정 집단을 염두에 둔 입법은 법치주의 핵심인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될 위험성이 크다”고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5일엔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것 역시 이번 입법이 얼마나 무리수인지 방증한다. 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두 법안이 위헌 소지가 여전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으로 내란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결국 통일된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의총을 다시 열기로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실이나 여당이 보완이니, 위헌성 최소화니 하며 입법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위헌성이 완전히 없으면 없는 것이지, 보완이니 최소화는 무슨 말장난같은 표현인가. 무엇보다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을 강행해 재판을 한다면 과연 내란 피의자들이나 국민이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는가.
여권은 무리수 입법을 속히 중단해야 한다. 본인들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다수가 반대하고 게다가 헌법정신을 훼손할 소지까지 있다면 깔끔히 손을 떼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이미 그런 법안을 추진하느라 소란을 떤 것으로도 내란 재판부에는 상당한 압박이 됐을 것이다. 그 자체로도 잘못된 일이다. 여권이 여기서 더 시간을 끌어 혼란을 키운다면 향후 내란 재판 결과가 나왔을 때 불복 시비는 물론, 극심한 진영 대결을 촉발할지 모른다. 안 해도 될 일을 해서 그 책임을 온통 덮어쓰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