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사령탑들은 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리그를 “지옥” “정글”에 비유했다. 영원한 강자나 약자는 없고, 자칫 방심하면 하위권으로 처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까지 K리그1 3연패로 왕조를 건설한 울산 HD는 최종 9위로 간신히 잔류했다. 반면 지난해 10위였던 전북 현대는 단숨에 1위로 수직 점프하며 리그 판도를 뒤흔들었다.
성적 부진은 곧 사령탑의 중도 하차로 이어졌다. 대구 FC는 시즌 초반부터 연패의 늪에 빠져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박창현 감독이 지난 4월 리그에서 가장 먼저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김병수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됐지만 대구는 최하위 탈출에 실패하며 2부로 자동 강등됐다.
잔류에 성공한 팀들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11위 제주SK FC는 승강 플레이오프(승강 PO) 끝에 1부 자리를 지켰으나, 지난 9월 김학범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울산은 올해만 지도자를 두 차례 바꿨다. 지난 8월 김판곤 감독과 계약을 해지한 후 신태용 감독을 영입했지만 반등에 실패했다. 신 감독은 성적 부진에 선수단 불화 문제까지 겹쳐 65일 만에 계약을 종료했다.
K리그2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8일 기준 14개 구단 중 절반에 가까운 6개 팀의 사령탑이 시즌 전체를 지휘하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대부분 하위권 팀들이 기존 감독과의 동행을 중도에 끝냈다.
K리그2 9위로 시즌을 마친 충남아산 FC는 배성재 감독, 11위 경남 FC는 이을용 감독이 시즌 도중 자리에서 내려왔다. 충북청주 FC(12위)와 천안시티 FC(13위)는 권오규 감독과 김태완 감독이 각각 사임한 뒤 새 사령탑을 구했다. 지난 9월 이관우 감독과 계약을 해지한 안산 그리너스(14위)는 지난달 최문식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수원 삼성은 K리그2 준우승을 거뒀지만 당초 목표였던 1부 승격에는 실패했다. 변성환 감독은 지난 7일 승강 PO 패배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팬들 앞에 선 변 감독은 “모든 걸 제가 떠안고 깨끗하게 물러나겠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구인 기자 captain@ 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