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明心’은 정원오?… 공개 극찬

입력 2025-12-09 02:04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인 2022년 11월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저는 명함도 못 내밀겠다”며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공개 호평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이 난립한 상황에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정 구청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은 이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며 맹비난했다.

이 대통령은 8일 X(엑스)에 정 구청장 구정 만족도가 92.9%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올리며 “정 구청장님이 잘하긴 잘하나 보다”며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썼다. 정 구청장은 30분 뒤 자신의 X 계정에 이 대통령 언급을 인용하며 “원조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하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의 돌발 칭찬은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여권에서 거론되는 의원 출신 후보군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적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은데, 행정가 출신인 정 구청장은 오 시장과 붙어볼 만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 일각에 있다.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성동구에서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수도권 3연임에 성공했다. 행정가 출신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리틀 이재명’으로도 불리지만 작은 존재감, 낮은 인지도가 약점이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이런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민선 8기 시장·군수·구청장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정 구청장 자리를 헤드테이블에 배치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저도 기초단체장을 지나 이 자리에 왔는데, 제일 행복한 시간은 성남시장을 할 때였다”며 “이 자리에 계신 분 중 대통령 하실 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서울시장으로 확실하게 밀어줘 향후 여권 잠룡 카드로 키워내려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을 ‘픽’한 것 아니겠느냐”며 “오 시장의 강력한 아성에 맞서려면 실력 있는 참신한 얼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개입이라며 공세를 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선거법상 중립 의무와 사전선거운동 금지 원칙을 훼손하는 행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출신인 이 대통령이 지지율 90%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아 평가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동환 이형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