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결탁한 사이비·이단 종교단체의 비위가 드러나는 가운데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라도 반사회적 종교 단체를 제재할 법률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유사종교대책연합(유대연·이사장 진용식 목사)은 8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사이비종교피해방지법 제정 필요와 방향을 모색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한국교회가 사이비·이단으로 규정한 단체 피해자들과 교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법안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춰 제정돼야 한다고 봤다. 특정 종교 이념에 편향되지 않도록 국민 동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진용식 목사는 “사이비 단체와 정치권의 결탁에서 보듯 그동안 사이비 종교에 대한 규제가 소극적이었고 법적 공백이 컸다”며 “사이비종교피해방지법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기존 형법이나 민법으로 사이비종교 피해에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많기에 추가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이비종교 특성상 조직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데다 피해자들의 정신적 지배나 심리적 조작을 법적 증거로 입증하기 어려워 대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 제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박기준 법무법인 우암 대표변호사는 “교리나 신앙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외피를 쓴 범죄 행위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종교단체에 일정한 제한을 둬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영국 유대연 상임대표는 “사이비 단체는 교리 문제를 넘어서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반사회적 집단”이라며 “법 제정은 오히려 참된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창섭 총신대 교수는 이 법이 특정 종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특정 종교 이념에 편향되지 않도록 법안 설계 단계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며, 피해 접수와 조사 절차는 독립적인 기구가 담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의 ‘종파적일탈행위감시-퇴치위원회(Miviludes)’가 참고 대상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을 계기로 통일교의 문제점이 드러난 일본도 헌금 강요 금지와 심리적 지배 금지를 중심으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피해자 증언과 행위에 따라 사이비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만큼 관련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장헌일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은 “특정 종교에 치우친 접근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법률과 정책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싱크탱크를 만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심하고 철저히 준비해 종교가 없는 일반인도 공감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