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보호관찰’ 문제점 드러낸 창원 흉기 난동 사건

입력 2025-12-08 19:24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경남 창원시 한 숙박시설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원 모텔에서 흉기로 4명의 사상자를 내고 투신해 숨진 20대 피의자 A씨가 성범죄에 따른 ’보호관찰’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관찰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씨는 지난 2019년 9월 청소년성보호법(강간) 등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5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5년 보호관찰 명령을 받았다. A씨는 항소와 상고를 제기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돼 2021년 7월 형이 확정됐다.

당시 A씨는 채팅방에서 알게된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대화 내용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폭행했다. 재판부는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 검사 결과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A씨에게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구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에 해당하는 점, 실형 선고 자체로 일정 부분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을 기각했다.

A씨는 2016년에도 SNS에서 만난 10대 청소년을 강제추행해 벌금형 처벌받는 등 상습범이었다.

보호관찰 기간 중이던 이달 3일 A씨는 SNS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과거의 범행수법과 동일하게 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이번 범행을 하기까지 보호관찰 제도는 재범 방지나 억제 등에서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보호관찰 제도는 범죄인을 가두기보다는 일정한 조건 하에서 사회생활을 허용하고 지도 및 감독하면서 사회복귀를 돕고 재범을 막는 제도다. 법무부는 보호관찰 명령 대상자가 접근금지, 특정지역 출입금지 등 조건을 지키는지 감독한다.

하지만 A씨는 온라인 공간에서 과거 범죄와 동일한 채팅활동을 이어왔고, 평일이었던 사건 당일 자신의 집을 벗어나 범행을 저지를 때까지 보호관찰에 따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A씨에게 주거지 상주 등의 의무 조건이 붙었는지, SNS 이용에 대한 감시 등 조치가 있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보호관찰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법무부 창원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 관계자는 8일 “A씨에게 내려진 법무부 보호관찰 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유사한 방식의 범행을 저지르면서 당시 재판부의 판단을 둘러싼 논란도 나온다. 성범죄자에 대한 재범 예측·감독 시스템과 보호관찰·전자장치 부착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창원=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