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연대’ 공감… 최태원 “양국 여권 없는 왕래 어떤가”

입력 2025-12-09 00:48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양국의 경제 연대와 공조를 강조하는 내용의 개회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는 2018년부터 중단됐다가 6년 만인 2023년 재개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8일 ‘한·일 경제연대’를 강조하며 에너지 공동 구매, 의료 시스템 공유, 무여권 왕래 등의 협력 구상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한·일 두 나라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이제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같이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양국 협력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아이디어를 모으고 직접 실험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가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의료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연합(EU)의 ‘솅겐 조약’처럼 여권 없는 왕래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2023년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 때 일본 측에서 미국·유럽 여행객 유치를 위한 한·일간 국경을 넘나드는 관광 협력을 제언한 이후 2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점을 거론하며 “곱씹어보고 숙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은 “일·한 경제는 기존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는 다자간 경제협력 체제를 중시하며 자유롭고 열린 국제 경제 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일·한 관계가 지금까지 경쟁 구도에서 협력 구도로 나아가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는 양국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쳐 2018년부터 중단됐다가 6년 만인 2023년 재개됐다. 14회를 맞은 이번 회의에는 한·일 경제인 22명이 참석했다. 양측은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 협력, 저출생·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교류 확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한 전문가 특별대담도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양국이 기존 국제 규범을 따르는 ‘룰 테이커(Rule Taker)’에서 산업·통상 규칙을 직접 설계하는 ‘룰 세터(Rule Setter)’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스타트업 분야에서 한·일 공동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올해 회장단 회의는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으로 협력 분위기가 확산된 가운데 지난 60년 성과를 돌아본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제주=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