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석기 (25·끝) 인생 흔적엔 모두 하나님뿐, 남은 인생 은혜와 감사로

입력 2025-12-09 03:06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김석기 목사와 김경숙 사모가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나와 아내는 이제 은퇴했다. 뒤돌아보면 하나님만 보인다. 남은 인생으론 우리를 빚어 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하게 된다. 인생의 ‘황금기’라 부르는 마흔에 주님은 우리를 미국으로 부르셨고, 오직 교도소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세우는 헌신의 길로 이끄셨다. 그 길에서 우리가 본 것은 은총과 감사뿐이었다.

미국에 올 때 나는 하나님에 대해 오해했다. “부르셨다면 먹고사는 문제는 책임지신다”는 걸 문자대로 믿었고 현실에서 하나님의 침묵을 자주 느꼈다. “하나님의 일을 위해 부르셨다면 왜 어려움이 계속되는가.” 수많은 실수와 갈등 속에서야 알았다. 하나님은 긴 인생을 통해 하나님 자신을 설명하신다는 것을.

미국 신학교를 다니며 때로 구원의 확신이 흔들리면 헌팅턴비치로 가 태평양 너머 고향을 바라보며 울었다. 동료들도 집 잃고 병들고 사업이 무너져 항복하고 신학교에 왔다고 했다. 훗날 깨달았다. 하나님의 목적은 사역 자체가 아닌 ‘나를 만드시는 것’이었다. 믿음이 조금씩 하나님 중심으로 옮겨갔다.

하나님은 우리 가족에게 좋은 환경을 약속하지 않으셨다. 가게는 날아가고, 한국에 남긴 것들은 사기로 잃었다. 밤 청소로 생계를 잇고, 아이들도 주말마다 함께 나갔다. 영주권 문제도 좌절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세월 끝에서 주님의 간섭이 ‘은혜로만 살게 하려는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3개의 성경 구절로 설명된다.

로마서 8장 28절.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이 말씀은 내 인생을 해석하는 교과서가 되었다. 실패와 아픔도 허락 안에서 선으로 귀결된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낳는다. 그 ‘선’은 29절에 나오는,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시는 일이다.

그래서 환경은 여전히 고되었으나 마음은 은혜와 능력으로 채워졌다. 여자 교도소에서 긴 형기를 마치고 추방될 자매에게도 이 말씀으로 인생을 해석해 주었다. 하나님은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고 다루셔서 끝내 선을 이루신다. 그 선은 편안함이 아니라 예수님을 닮아 가는 길이였다.

인생을 뒤돌아보니 막막한 줄 알았는데 예수님이 예비하신 인생이었다. 해답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예수님이 응답하신 인생이었다. 길을 몰랐는데 인도하신 인생이었다. 부족했지만 채워 주신 인생이었고, 연약했지만 힘주신 인생이었다. 외로웠지만 동행하신 인생, 혼자인 줄 알았으나 함께하신 인생, 흔들렸으나 붙들어 주신 인생이었다. 모두 주의 은혜였다. 아멘.

고린도후서 4절 17절. “우리가 잠시 받는 환난의 가벼운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의 중한 것을 이루게 함이라.” 주님은 긴 인생에 환난을 허락하셔서 우리를 영광 앞으로 이끄신다. 여덟 번의 눈 수술과 신장암 가운데서도 원망 대신 감사를 배웠고, 아론과 훌 같은 동역으로 길이 막히지 않게 하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도소와 관련된 상담이 이어졌고, 주님은 당신의 마음을 부어 ‘긴 사랑’으로 섬기게 하셨다. 어둠은 빛으로 바뀌고, 불가능해 보이는 사람도 은혜로 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빌립보서 2장이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주님은 내 인생을 드릴 특권을 주셨고, 우리 마음엔 여호수아 4장에 나오는 열두 돌의 기념비 같은 하나님의 흔적만 남았다. 오늘도 그 은혜를 붙들고 한 걸음씩 걷는다. 아멘. 주여 도우소서! (오네시모선교회 이메일·onesimusministry94@gmail.com).

정리=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