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힘드니 물려주자” 서울 아파트 ‘증여 전환’ 급증

입력 2025-12-08 00:41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증여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집값 급등에 각종 세금 부담으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선제 증여’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집값 급등에 따른 부동산 규제책이 이어지며 매매가 어려워진 영향도 한몫했다.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매매는 약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의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 가운데 증여 목적은 743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934건보다 25.3% 증가한 수치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 등을 중심으로 증여 목적 이전등기 신청이 집중됐다. 강남구가 6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구(546건) 송파구(518건) 서초구(471건) 등 순이었다.


세금 부담과 매매 규제 확대가 증여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게 진행되자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일찍 증여해두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가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는 급격히 위축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올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2372건(공공기관 매수 제외)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거래량 8663건보다 72.6% 감소했다. 11월 매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현재 추이대로면 직전 월의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전역이 3중 규제(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급감했다.

새로 토허구역에 지정된 마포·성동·광진·강동 등 한강 벨트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 지역들은 10·15 대책 이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광진구가 11월 18건에 그쳐 10월(210건)보다 91.4% 줄었고, 성동구 89.8%(383→39건) 강동구 89.6%(568→59건) 마포구 89.2%(424→46건) 등도 감소율이 90%에 육박했다.

반면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빌라) 거래는 지난해보다 약 20% 늘었다. 서울 내 정비사업 활성화 움직임이 있고, 토허제가 주로 아파트 시장을 대상으로 하면서 규제를 벗어난 빌라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신고된 서울 빌라의 매매 건수는 3만1357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6270건)보다 19.4% 늘어났다.

강남권역과 재개발을 추진 중인 한강 벨트에서 서울 평균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성동구는 올해 빌라 매매가 721건으로 전년 동기(381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성수전략정비구역인 성수동1가와 성수동2가는 토허구역임에도 지난해 108건에서 올해 234건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권중혁 정진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