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는 연초 대비 지난 5일까지 70.91% 급등하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코스닥도 34.68% 오르며 지난해 성적(-22.84%) 대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국민일보가 8일 국내 증권사 2곳과 자산운용사 1곳에 올해 증시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 주요 사건을 문의한 결과 A·C증권사가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1위로 선정했다.
1위 사건은 ‘이 대통령 당선’
코스피는 지난 6월 이 대통령 당선 이후 6거래일 연속 랠리를 펼치며 1주일 만에 7.25% 급등했다. 대선 과정에서 그는 주식시장 활성화 의지를 밝히고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에 주주까지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투자자 기대가 커졌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자본시장 지배구조 개선,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 근절,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등을 내세웠다. 당선 후에도 일관성 있는 행보를 보이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지난 6월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주재했다.
B자산운용사는 A, C사와 달리 ‘1차 상법 개정’을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꼽았다. 국회에서 ‘1차 상법 개정’이 현실화하자 주가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한 지난 7월 23일 3183.77이던 코스피는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 30일에 3254.47로 2.22% 더 올랐다.
‘금리 인하’도 주요 사건
정치적 이벤트로만 증시가 오른 것은 아니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회복된 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B사와 C사는 기준 금리 인하를 올해 자본시장 10대 사건 가운데 각각 2위와 3위로 평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지난 9월 18일 약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 이후 고용과 물가 등 주요 지표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하자 시장은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며 유동성 확장 국면이 지속됐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개시는 결과적으로 코스피 4221.87(11월 3일)이라는 역대 최고치를 만들어냈다. A, B, C사 모두 이를 주요 사건 4위에 올렸다.
지난 9월 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0월 1일 오픈AI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만나 한국형 스타이게이트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두 기업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3일 사상 최고치인 11만11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62만에 장을 마감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이 같은 반도체주의 상승이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AI 투자 거품론’이 다시 불거진 영향이다. 마이클 버리 등 미국의 유명 투자자들이 미 주식이 고평가됐고 AI 투자에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미 주식이 고평가돼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하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한 뉴욕증시발 악재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끼쳐 코스피는 11월 내내 조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환율, 하반기 최대 변수로
‘고환율’은 하반기 주식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 7월 31일 이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치솟아 지난달 24일 1477.10원을 기록하며 비상계엄 여파가 지속하던 지난해 말~올해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A사와 C사는 고환율 문제를 올해 증시 주요 사건 6위에 올렸다.
환율이 오르자 지난 5~10월 한국 주식으로 순매수하던 외국인 투자자는 매도로 돌아섰고 이는 증시 약세로 이어졌다. 외국인은 9월 한 달간 6조68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1년 7개월 만에 최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14조7097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 순매도였다. A사는 지난 5~10월 이어진 외국인 순매수를 올해 주요 증시 이벤트 3위로 평가했다
환율은 지난 5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68.80원을 기록했다. 외환 당국의 전방위적 대응에도 쉽게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책 이벤트에 연말 랠리 기대
최근 조정 장세에도 투자자들은 이달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데다 여당이 ‘3차 상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연말 랠리를 기대하고 있다. A·B·C사 모두 1차 상법 개정을 자본시장 주요 사건 최상위권에,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2차 상법 개정을 9~10위로 꼽은 만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법제화되면 코스피가 또 한 번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석현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말 장세는 이번 주 예정된 미 빅테크 기업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진정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지와 12월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 연준이 완화적 정책을 계속 유지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