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안 없고 문구만 바꿨다… 불신 진화못한 2차 사과문

입력 2025-12-08 02:02
쿠팡은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와 관련해 재안내문을 냈지만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피해 배상 방안이 언급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입장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7일 서울시내에 주차된 쿠팡 배송 차량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다시 한번 안내문을 냈지만 여론은 더욱 악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정보 노출’로 해오던 표기를 ‘정보 유출’로 수정했을 뿐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이름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었다. 쿠팡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쿠팡의 재안내문을 두고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거세다. 쿠팡은 7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재안내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쿠팡은 “새로운 유출 사고는 없었다”며 “쿠팡은 이번 유출을 인지한 즉시 당국에 신속하게 신고했고 관련 당국과 협력해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안내문에는 제대로 된 사과도, 실효성 있는 보상 방안도 담기지 않았다.

쿠팡의 안내문은 정부 당국이 요청한 내용을 반영하는 선에서 그쳤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 내놓은 공지에서 단어 몇 개가 수정됐을 뿐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일 쿠팡에 개인정보 ‘노출’ 통지를 ‘유출’ 통지로 수정하고, 유출 항목을 빠짐없이 반영해 재통지하라고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쿠팡은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일부 주문번호 등 제한적인 정보가 새어나갔다고 설명하지만, 대중들은 “그 말을 믿을 수 있냐”는 반응이다.

쿠팡은 현재까지 카드 또는 계좌번호 등 결제정보, 비밀번호 등 로그인 관련 정보, 개인통관부호는 유출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비정상 접근 경로를 즉시 차단하고,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도 강조한다. 하지만 이 또한 동어반복이라는 지적이다. 사회 전반에 퍼진 쿠팡에 대한 깊은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내문 문구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수정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쿠팡은 이날 오전 안내문에서 “경찰청 전수조사 결과 유출 정보를 이용한 2차 피해 의심사례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언급했으나, 이 내용은 최종 안내문에서 사라졌다. 경찰 발표를 인용해 책임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쿠팡의 실소유주인 김 의장이 사태 발생 이후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해 범위를 확정한 뒤 해결 방법을 찾겠다는 원론적인 말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피하지 않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