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영화 업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이번 인수로 소비자 선택권이 축소되고 구독료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보도를 종합하면 넷플릭스가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워너브라더스에 물어줘야 할 돈은 58억 달러(8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 법무부는 이번 인수가 스트리밍 시장 지배력에 미칠 영향을 검토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 워너브라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등 사업 부문을 720억 달러(106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영화산업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빅딜’로 평가된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워너브라더스는 ‘카사블랑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수많은 고전 영화와 함께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유명 시리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거래는 반독점 측면에서 악몽과 같다”며 “미국인들에게 더 높은 구독료와 더 적은 시청 선택권을 강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영화의 극장 개봉 등 현 운영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에 적대적 태도를 보여 왔던 만큼 향후 극장 공급 영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미 영화관 사업자를 대표하는 시네마 유나이티드는 성명을 통해 “대형 극장 체인부터 독립극장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악관도 이번 거래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합의에 ‘강한 회의감’을 갖고 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넷플릭스와 인수 경쟁을 벌인 파라마운트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과 친분이 깊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반독점 당국에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게끔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합병 심사의 쟁점은 시장 점유율이다. 넷플릭스와 HBO 맥스의 점유율을 합치면 미국 구독형 스트리밍 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합병된 회사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기면 위법 합병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유튜브와 같은 무료 동영상 플랫폼도 스트리밍 시장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미국 외에도 유럽 등 세계 각국 반독점 감독기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해 최종 합병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합병 마무리까지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WSJ는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전쟁에서 승리했더라도 워너브라더스 인수는 전혀 새로운 싸움”이라며 “새로운 상처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