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 패딩’의 배신… 시민단체, 공정위 제소 추진

입력 2025-12-07 18:48 수정 2025-12-07 19:46

일부 패딩 제품의 충전재를 변경하면서 혼용률을 잘못 표시한 노스페이스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는 등 소비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주요 패딩의 충전재 변화에도 가격은 유지되면서 단순 표기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소비자연맹은 조만간 공정위 신고와 더불어 집단분쟁조정 신청 등을 통한 소비자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혼용률 오기재는 표시광고법 위반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참여연대도 8일 노스페이스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무신사에서 판매된 ‘1996 레트로 눕시 재킷’(사진) 등 13개 제품은 구스다운(거위털)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오리털이 섞인 리사이클 다운 충전재로 확인됐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대표 성기학)는 단순 실수였다는 입장이다.

구스다운은 덕다운보다 보온성이 뛰어나 ‘프리미엄 소재’로 여겨진다. 가격도 훨씬 비싸다. 중국 다운 원자재 시세 플랫폼 중국다운정보망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중국산 구스다운(솜털 80%·깃털 20%, 그레이 기준) 평균 가격은 ㎏당 15만4000원으로 덕다운(9만5000원)에 비해 1.5배가량 높다.

올해 노스페이스 일부 제품은 충전재가 변경됐지만 가격 인하는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가 된 1996 레트로 눕시 재킷의 출시가는 2022년 33만9000원에서 지난해 41만9000원으로 8만원 오른 뒤 충전재가 바뀐 뒤에도 가격을 유지했다. 또 다른 오기재 모델인 ‘1996 레트로 눕시 베스트’는 정가가 28만9000원으로 고정됐다. 충전재 품질에 변화가 있었지만 가격은 동일했던 것이다.

K2, 블랙야크 등 다른 경쟁 브랜드에서 비슷한 실루엣과 충전량의 리사이클 덕다운 제품은 구스다운 제품보다 10~20%가량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영원아웃도어의 책임 있는 조치와 더불어 소비자 보호 관련 기관의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기재 제품을 구매한 김모(34)씨는 “‘국민 패딩’으로 불리는 제품을 팔면서 박보검, 션 등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면서 소비자를 기만한 것 아니냐”면서 “쿠팡 사태처럼 뒤에 숨지 말고 사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패딩 혼용률은 방한력과 직결된 만큼 그동안 소비자 선택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 왔다”며 “이미 올해 초에도 혼용률 관련 논란이 있던 만큼 오기재라는 노스페이스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