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록적인 코스피 상승장에도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주식보다 미국 주식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달러 수요가 원·달러 환율 상승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지금처럼 미국 주식 선호 현상이 지속된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등에 따른 달러 약세에도 환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개인 투자자는 올해 15조3600억원 규모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고 본격적인 상승장이 시작된 하반기에도 개인은 18조25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70.91% 급등하며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가파르게 올랐지만 개인은 상승 때마다 차익 실현에 집중했다.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17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이어 삼성전자우(2조8600억원) 한국전력(1조73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700억원) 등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종목을 팔았다. 코스피 장기 상승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알파벳과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은 꾸준히 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5일 기준 약 1667억6700만 달러(246조600억원)로 올해 들어 80조6500억원 증가했다.
개인의 해외 주식 매수 흐름이 이어지면서 미 연준이 이달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 투자가의 수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개인의 해외 투자 수요도 달러 강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개인의 미국 주식 선호 현상이 깨지지 않는 한 내년 원·달러 환율 하단이 1370~1380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진정되려면 미국 증시 불패 신화에 대한 개인의 믿음이 깨지거나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돼야 한다”며 “해당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보다 더 올라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국민연금은 물론 기업, 증권사와도 환율 안정을 논의 중인 만큼 1470원대 중후반에서는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다”라며 “환율 추가 상승 기대감도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원·달러 환율 예상치 상단을 1500원으로 제시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