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하는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만찬이 오는 11일 열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간판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한 지 3년 차를 맞은 한경협이 경제계 대표단체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회장단 복귀 이슈도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경협 회장단은 오는 11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한경협 회장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이 참석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단 만찬은 한경협 운영 방향과 주요 현안 등이 논의되는 핵심 행사다.
이번 만찬 자리에서 4대 그룹 총수의 회장단 복귀 의제가 거론될지도 관심사다. 류 회장은 그간 물밑에서 4대 그룹의 완전 복귀를 추진해 왔다. 그는 지난 7월 한경협 경영자 제주 하계포럼에서 “(내년) 2월이 한경협 정기 총회인데, 그때 4대 그룹이 (회장단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4대 그룹 총수가 동시에 회장단에 돌아오면 한경협은 9년 만에 완전체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과거 전경련 시절 고(故) 이건희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장단으로 활동했었다. 그러나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나란히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후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둔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면서 이들 그룹도 형식상 한경협에 재합류했고, 지난해부터 회비도 내고 있다. 다만 한경협은 “현재까지 (4대 그룹의) 회장단 복귀와 관련해 결정된 내용이 없다. 내년 2월 정기 총회 안건 역시 정해진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1일 만찬 자리에서는 외연 확장을 위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경협은 전경련 때 회원사가 600여개에 달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기업들이 대거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다. 2023년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 한 이후 신규 회원사 유치에 집중하는 중이다. 지난해 9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3명을 회장단 새 멤버로 영입했다. 지난해 만찬 자리 이후 AI혁신위원회와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가 신설된 전례에 비춰 신규 위원회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경협 관계자는 “비공개 일정이라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