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재판부법 보완한들 위헌성 사라지겠나, 이젠 접어야

입력 2025-12-08 01:20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3실장과 수석들이 7일 용산 대통령실 대강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6개월 성과 간담회에서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발언에 박수를 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분히 예상됐던 바다. 그만큼 지금 제출된 법안에 위헌 시비를 부를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다. 지난주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나 방송 등에서 위헌성 우려를 제기한 데 이어 7일에는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대통령실은 위헌성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내란재판부를 추진하겠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도 현재의 법안이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범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도 어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법안은 위헌 논란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제청으로 재판 정지라는 중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당이 지난 3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킨 이 법안은 사법부 독립을 근간부터 흔드는 내용이다. 법안은 12·3 계엄 관련 재판을 담당할 전담재판부와 별도의 영장전담재판부를 두고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 등이 추천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구성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부가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 현행 원칙을 깨고 별도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에 대한 간섭일 수 있다. 재판부 구성에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것도 원하는 판사군을 골라내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전국 법원장들이 지난 5일 “재판 중립을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성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강하게 반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위헌성이 부각되자 민주당 강경파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내란 재판에 위헌 심판이 제청돼도 재판을 정지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발의했지만 위헌을 또 다른 위헌 카드로 덮는 꼴이다.

위헌 논란이 거세지자 어제 민주당 지도부는 “본회의 전까지 걱정을 불식하는 방향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뭘 어떻게 보완하더라도 정치권이 사법의 영역에 뛰어들어 없던 재판부를 새로 만들고, 재판부 구성을 이리저리 간섭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를 흔들고,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먹물에 물을 조금 더 탄다고 아예 맑은 물이 되진 않는다. 무엇보다 그런 무리수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선고가 나오면 불복 시비를 부를 게 뻔하다. 이런 우려를 감안하면 여권은 이제라도 내란재판부 법안을 포기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계엄 선포 당시 국회가 다급한 상황에서도 헌법과 법률을 철저히 지켜 어떠한 시비 없이 계엄을 해제할 수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와 내란재판부를 꾸려 위헌 시비를 자초한다면 자칫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격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