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당뇨병’ 개념 새로 도입… “전문가 통한 집중 치료 필요”

입력 2025-12-09 02:37

대한당뇨병학회가 ‘중증 당뇨병’ 개념을 새로 도입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1·2형으로 구분되는 당뇨병 분류 체계는 환자마다 임상 증상과 중증도 차이가 커 질병 위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학회가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의 공동 심포지엄을 통해 최초로 공개한 새 분류 체계(DGSC)를 살펴보면, 환자의 대사 이상 정도를 정량화한 ‘대사 등급’과 합병증의 누적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합병증 단계’를 함께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대사 등급은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 부족과 저항성의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인슐린 분비 능력은 C-펩타이드 수치로, 인슐린 저항성은 하루 인슐린 사용량 등으로 평가해 1~4등급으로 구분했다. 1등급은 생활습관 교정이나 먹는 약으로 조절할 수 있는 초기 단계, 2등급은 여러 약물치료가 필요한 중등도(중간) 단계, 3등급은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중증 단계, 4등급은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거나 극심한 저항성이 나타나는 초중증 단계다. 4등급은 당뇨병케톤산증, 고삼투압성 혼수, 중증 저혈당 같은 위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합병증 단계는 당뇨병으로 인한 심장·콩팥·눈·신경 등 주요 장기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 심혈관질환, 심부전, 만성콩팥질환, 당뇨망막병증, 신경병증 등이 포함되며 1~4기로 구분한다. 1기는 합병증은 없지만 고혈압·비만 등 위험 요인이 있는 단계다. 2기는 검사에서만 발견되는 초기 합병증 상태, 3기는 협심증·콩팥기능 저하·시력 이상 등이 임상적으로 확인되는 단계다. 마지막 4기는 심근경색·말기 신부전·실명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진행 단계로 분류했다.

학회 법제이사인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8일 “학회는 당뇨병의 대사 등급과 합병증 단계를 바탕으로 ‘중증 당뇨병’은 3등급 이상 또는 3기 이상으로 정의한다”면서 “이에 해당되는 경우 중증으로 분류해 당뇨병 전문가 진료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인슐린 기능이 심하게 저하됐거나 장기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 중증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학회 이사장인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당뇨병은 매우 흔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료진이 진료하지만 어떤 경우부터 당뇨병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면서 “새 분류 체계는 당뇨병의 심각성을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다만 중증에 해당되지 않더라고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거나 심한 저혈당이 반복될 때, 혈당 변동폭이 매우 클 때, 망막병증이나 콩팥병·심장병이 빠르게 악화될 때는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2022년 기준 30세 이상 국내 당뇨병 환자는 533만명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