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9시 서울 용산구 시티미션교회(이규 목사) 예배당에 불이 켜지며 영하권의 추위를 뚫고 온 청년들이 삼사오오 모여들었다. 서울기독청년연합회(대표 최상일 목사)가 주관해 지난 3일부터 진행된 ‘2025 홀리위크’ 마지막 날 ‘기도의 밤’을 찾은 참석자들은 예배당을 가득 메운 채 이튿날 새벽까지 8시간에 걸친 기도를 이어갔다.
2010년 시작해 16년째 이어온 기도운동인 홀리위크는 국가적 회개와 변화를 구하는 청년연합집회다. 올해 주제는 ‘갓버먼트(God-vernment), 위정자들에게 복음이, 대한민국에 하나님 나라가’로 이념이나 사람의 사상이 아닌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에 대한 갈망이 담겼다. 지난 1년, 그 어느 때보다 극단적인 정치 사회적 격동을 겪으며 정치 영역을 위한 기도의 절실함을 깨달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임재웅 신촌감리교회 목사는 이날 ‘지혜로 대응하고 순결로 분별하라’(마 10:16)를 본문으로 “예수 안에 능력과 지혜와 진리가 있다”며 “비둘기 같은 순결함을 지키되 뱀 같은 지혜로 시대를 분별해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먼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본부 목사는 ‘영적 전쟁과 중보기도’를 주제로 선포하며 “정치 리더를 위해 기도할 때 포기하거나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집회 첫날엔 국회보좌진 신우회 전·현직 회장들도 함께했다. 기도 인도를 맡은 김성훈 선임비서관은 “입법 사법 행정의 근원은 하나님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자 역시 하나님”이라고 고백하고 1948년 제헌국회에서 이윤영 의원이 올린 기도문을 참석자들과 함께 낭독하며 “그때의 마음으로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기도 시간엔 스크린에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이 땅에 임하도록’ ‘공정한 법과 의로운 사법이 세워지도록’ ‘지도자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도록’ ‘교회가 먼저 회개하며 빛을 비추도록’ 등 구체적인 기도 제목이 띄워졌다. 국회의원 명단을 화면에 띄우고 각 의원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정치 영역을 위한 기도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황예지(25)씨는 “작년 이맘때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을 때 무릎 꿇고 기도하던 순간이 떠올랐다”며 “오늘 예배 가운데 하나님이 여전히 대한민국을 붙들고 계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기협(34)씨도 “지난 1년간 위정자들을 보며 기대보다 포기가 앞섰지만 홀리위크의 메시지를 들으며 멈췄던 마음이 다시 움직였다. 엘리야 시대 7000명처럼 이 나라를 위해 부르짖는 이들이 여전히 있음을 봤다”고 말했다.
최상일 목사는 “이번 홀리위크를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아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심정이었는데, 현장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뜨겁게 기도하는 청년들을 보며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여전히 남은 자들을 모으고 계심을 깨달았다”며 “오늘 우리의 기도는 절망과 탄식이 아니라 소망과 기쁨, 감사와 축복의 노래”라고 고백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