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줄이고 비용 더 요구하는
미국의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통해
자립형 동맹으로 진화하고
잠재적 핵 능력 확보해야
각자도생의 시대 살아남는다
미국의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통해
자립형 동맹으로 진화하고
잠재적 핵 능력 확보해야
각자도생의 시대 살아남는다
최근 미국이 ‘국가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트럼프식 고립주의와 거래주의적 세계관이 담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있었던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은 사라졌다. ‘경제적 경쟁국’으로만 서술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비판도 없다. 유럽에 대해서는 이민정책 실패, 저출산, 표현의 자유 검열 등을 비판하며 ‘문명의 소멸’을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 내에서 이민 문제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지원을 시사하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을 “유럽에는 총구를 겨누고 적국에는 관용을 베푸는, 대서양 동맹에 대한 사실상의 파경”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중국 견제와 대만을 둘러싼 분쟁 억제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는 대중국 견제에 더 큰 역할과 국방비 증액 등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우방국에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국이 주는 혜택은 줄어들지만 비용은 너희들이 더 부담해야 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비용청구서를 동맹국에 내민 격이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순기능도 존재한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름으로 국제질서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숨김없이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신냉전’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인 것처럼 포장하고 싶어했다. 트럼프는 솔직하고, 바이든은 위선적이었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최근 발간한 ‘좋은 담장, 좋은 이웃’은 한국의 새로운 안보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송 전 장관의 제안은 4가지로 구성된다.
첫째, 현재는 ‘미국 주도+한국 보조’인데 ‘한국 주도+미국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 마치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처럼 ‘자립형 동맹’으로 진화해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범위 내에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활용 범위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넷째, 유사시 핵무기를 신속하게 제조할 수 있는 군사적, 기술적, 정치적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무기화되지 않은 핵무기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제안을 다시 2가지로 정리하면 ‘자립형 동맹’으로의 전환과 ‘잠재적 핵 능력(Latent Nuclear Capability)’ 확보로 집약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수적이다.
잠재적 핵 능력과 관련해 한국이 특히 참조해야 할 사례는 일본과 독일이다.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핵무기 보유 능력을 갖춘 나라(A)와 그렇지 않은 나라(B)로 구분할 수 있다. 핵 보유국은 다시 셋으로 나눌 수 있다. 공식 보유국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비공식 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그리고 ‘핵무기는 없으나 능력을 갖춘’ 나라가 일본과 독일이다. 일본과 독일은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에 필요한 기술과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유사시에’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나라다.
한국은 원자력 강국이지만 저농축 우라늄 기술도 축적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후 재처리 권한도 갖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원자력 협정을 통해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정치와 외교의 문제로 귀결된다.
NPT는 1968년 유엔총회 결의로 채택된 이후 해당 국가들의 자발적 비준으로 1970년 발효됐다. 일본은 미국과 1968년 미·일 원자력 협정 체결을 통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를 받아냈다. 일본은 현재 4만7000㎏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 약 600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
독일 역시 NPT 체제 발효를 앞둔 1968~1970년 ‘비핵 국가의 평화적 원자력 사용 권리’를 주도적으로 관철한다. 독일은 현재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1270㎏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 약 80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
조선은 국제질서 변화에 무지해 1592년 임진왜란, 1636년 병자호란을 겪었고 구한말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분단과 한국전쟁도 같은 맥락이었다. ‘자립형 동맹’으로의 전환과 ‘잠재적 핵 능력’ 확보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