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석기 (24) “선을 간절히 찾는 자에게는 은총을 주시거니와…”

입력 2025-12-08 03:03
2007년 10월 열린 오네시모선교회 후원 음악회 모습. 음악회는 정기 후원 행사로 현재까지 매년 열리고 있다.

교도소 사역을 해 오면서 재정의 필요는 언제나 절실했다. 교도소 사역, 갇힌 이들을 위한 바이블 칼리지(Bible College), 그리고 뉴라이프(New Life) 사역까지 모두 ‘베푸는 사역’이었다. 한마디로 ‘바위에 씨앗을 뿌리는 사역’이다. 언제 싹이 날지 알 수 없었지만, “주님께서 능력의 손을 펴실 때 반드시 열매 맺게 하신다”는 믿음 하나로 시간과 재물, 정력을 기꺼이 쏟았다.

놀랍게도 하나님 약속의 말씀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영혼을 주님께 인도하고 세우는 선한 일에 하나님은 은총을 베푸셨고, 단 한 순간도 모자람이 없게 하셨다. 아내와 헌신한 동역자들은 주님의 간섭과 손길을 보며 감사로 사역에 임했다.

나는 늘 잠언 11장 27절 말씀을 사역의 경제 원리로 붙들었다. “선을 간절히 찾는 자에게는 은총을 얻어려니와, 악을 더듬어 찾는 자에게는 재앙이 임하리라.” 앞부분을 영어로 풀면 이렇다. “He who earnestly seeks good finds favor, God will send people to him(선을 간절히 찾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사람을 붙여 주신다).” 말씀 그대로 주님은 필요한 사람들을 붙여 주셨다.

우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사이프러스 칼리지 주차장에서 벼룩시장을 시작했다. 교회에서 기증받은 중고 물품을 이른 아침 시간에 펼쳐 놓고 25센트부터 1달러까지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그 시간은 내게 ‘짜장면 한 그릇 값’이 얼마나 귀한지, 교회의 헌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했다.

1년쯤 지나 장로님이 제안했다. “가까운 도시에 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선교를 위해 사용해 보세요.” 우리는 감사히 받았다. 임대료도 받지 않겠다는 그분의 말에 감동했다. 약 1208㎡ 면적의 2층 공간엔 선교회와 교회를, 1층 약 929㎡ 공간에는 기부 스토어를 열었다. 광고만 내면 기증 물품이 쏟아졌다. 권사님은 스텝 밴(박스형 트럭) 한 대를 선교회에 주셨다. 정말 “선을 행하는 자에게 하나님이 사람을 붙이신다”는 말씀대로였다.

1층에선 장로님으로부터 도매용 물품을 받아 판매했다. 교회와 개인들이 보내준 물건은 분류해 매장에 내놓았다. 입구 난간에는 “오네시모 교도소 선교회(Onesimus Prison Ministry)”라고 적은 현수막을 걸었다. 법원 커뮤니티 서비스 인력 10명 안팎이 봉사해 줬다. 건물은 대로변 중심가에 있었고, 시청과 시니어 아파트가 인접했다. 미국·스페인계 할머니들이 둘러앉아 기도해주고 인도 목사님 등 외국인 목회자들도 “돕고 싶다”며 찾아왔다.

10여년 후 시청이 재개발을 발표하며 우리 건물이 1순위 대상이 되었다. 시청은 건물 대금을 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우리는 감당할 수 없었다. 기도하던 중 부에나파크의 건물도 알아봤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그때 권사님이 시청이 제시한 채권을 현금으로 사 주셨다. 장로님과 권사님 두 분은 언제나 진지했고, 하나님을 먼저 생각했다. 그 도움으로 우리는 새 장소로 이전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 한 마디도 헛되지 않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시고, 사랑과 지혜를 나타내신다. “선을 간절히 찾는 자에게는 은총을, 악을 더듬어 찾는 자에게는 재앙을.” 아멘.

정리=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