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함께 쓰는 것

입력 2025-12-08 00:35

12월이 되면 늘 놀란다. 1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 버렸다니. 그러면 마음을 가라앉히며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며칠 전 이번 학기 마지막 시 창작 수업을 했다. 당부와 염려, 격려를 늘어놓았는데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한두 마디 더 남기고 수업을 끝냈다. 어떤 학생은 1년을, 어떤 학생은 한 학기를 함께했을 뿐인데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것 같은 마음이었다. 자기가 쓴 글을 나눈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내가 살아왔던 시간을 주고받는 것이다. 감춘 것은 감춘 대로, 보여준 것은 보여준 대로 그 너머를 알게 되는 것이다. 시간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맞물리며 돌아간다는 것을 함께 겪는 일이다.

마지막 수업이라고 편지를 써준 학생들이 있었다. 수줍지만 용기를 낸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아 기쁜 마음이 들었다. 편지에 있던 어떤 문장은 계속 마음에 남아 내내 생각났다. “시는 함께 쓰는 것! 그 말이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함께 쓰는 기쁨과 안도를 알게 됐어요.” 내가 늘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생각, 간혹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말. ‘시는 함께 쓰는 것이다’라는 말을 타인의 문장으로 되돌려 받으니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렇다. 시는 혼자 쓰는 것 같지만, 함께 쓰는 것이다. 나를 알아가는 힘으로 타인을 알아가고, 타인을 알게 된 힘으로 나를 둘러싼 세계의 면모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다. 백지를 마주하고 있는 순간, 물리적으론 혼자 있더라도 함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 쓰기만 그렇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을 하는 것, 먹고 입고 자는 것, 기쁨과 슬픔의 순간은 오롯이 혼자여서는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타인’과 무수히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산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그러니 ‘어떤 모습으로 함께 살 것인가’ ‘함께 있다는 감각을 놓지 않으며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는 것은 중요하다. 삶은 내가 보고자 하는 만큼 보게 되며, 알고자 하는 만큼 알게 되는 것이니까.

안미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