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대신 공항 체크인… 산타클로스도 공식 항공사가 있다

입력 2025-12-08 02:36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순록과 썰매, 그리고 전 세계 아이들을 찾아가는 산타클로스. 그런데 ‘산타는 실제로 어떤 교통수단을 타고 다닐까’. 정답은 의외다. 현실의 산타는 북극권의 깊은 눈길을 벗어나기 위해 순록 대신 항공기, 이중에서도 핀란드 국적기 핀에어에 오른다.

산타의 고향인 핀란드 로바니에미는 공식 ‘산타 마을’이 자리한 도시다. 북극권 한복판에 있는 이 도시는 겨울마다 오로라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자, 산타의 연례 세계 순회가 시작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산타는 매년 12월 이곳에서 핀에어 항공편을 이용해 헬싱키로 이동한 뒤 한국 서울·일본 도쿄·중국 상하이·싱가포르 등지로 향한다.

핀에어는 1983년부터 올해로 42년째 ‘산타클로스 공식 항공사’를 맡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산타는 핀에어 장거리 노선을 이용해 각국을 방문하고, 현지에서 아이들과 포토타임·편지 읽기·기념 촬영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한국과 산타의 인연도 깊다. 2014년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매해 방문했다. 올해에도 산타는 오는 11일 인천공항에서 도착 행사를 시작으로 남산 서울타워에서 어린이·가족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런 행사가 한국에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핀에어 한국지사의 역할이 컸다. 특히 김동환(사진) 핀에어 한국지사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지사장은 2004년 핀에어 국내 총판 대리점에서 근무하며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1년 한국지사 설립 멤버로 합류했고, 2012년 지사장에 취임해 올해로 13년째 한국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핀에어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김 지사장을 만나 핀에어의 한국 진출기와 정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은 핀에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유럽·북유럽 여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에어는 한국 고객 기반을 견고하게 다져왔다. 핀에어 마일리지 프로그램 ‘핀에어 플러스’ 회원 수는 아시아 전체에서 한국이 가장 많다. 2013년부터 운영 중인 마일리지를 롯데·신세계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하는 제도도 도입해 쓸모없어질 수 있는 마일리지의 낭비를 줄였다.


핀에어의 대표 노선인 인천~헬싱키 노선은 2008년 취항했다. 현재 주 7회, 매일 운항 중이다. 한국인의 북유럽 여행 수요는 증가세다. 지난해 로바니에미를 찾은 한국인은 2023년 대비 40% 증가했고, 올해도 10%가량 증가했다. 로바니에미뿐 아니라 헬싱키로 오로라를 보기 위해, 빙하·광활한 숲·호수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찾기 위해 핀란드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헬싱키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관문 도시로 통한다. 평면 지도에서는 북유럽이 동북아시아에서 매우 먼 곳처럼 보이지만,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북쪽 항로를 따라 유럽으로 향하면 가장 먼저 핀란드를 만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약 9시간이면 헬싱키 반타공항에 도착한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영공을 우회하면서 현재는 13시간가량 걸린다. 핀에어는 헬싱키 허브를 통해 유럽 90여개 도시, 아시아·오세아니아 34개 도시, 북미 15개 도시 등에 취항하고 있다.

한국 승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도 돋보인다. 핀에어는 인천~헬싱키 노선에 한국인 정규직 승무원 43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천발 항공편에는 최대 3명의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한다. 기내식은 한국 승객을 위해 연 2~3회 메뉴를 개편하고, 헬싱키 공항은 유럽 공항 최초로 한국어 안내 표지판과 한국어 방송을 도입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핀란드 기업의 조직문화와 맞닿아 있다. 김 지사장은 “핀란드 기업은 수평적이고 효율 중심”이라며 “직원들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작은 문제도 빠르게 공유하고 해결하는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핀에어는 102년 무사고 기록을 유지한 항공사로, 북유럽의 혹한 속에서 축적된 특유의 ‘스노우 하우’(snow-how)가 강점으로 꼽힌다.

김 지사장은 “많은 분이 북유럽을 멀게 느끼지만 실제로는 핀란드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며 “앞으로도 한국 승객이 유럽을 더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서비스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