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불’영어 후폭풍… 교육부 “출제·검토 전 과정 엄정조사”

입력 2025-12-05 23:46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5일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수능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5일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능 출제·검토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문제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학교 교육의 범위 안에서 문제 출제가 이뤄지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교육부는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임에도 불구하고 난도가 높아 체감 부담이 컸다는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에서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출제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고, 교육부도 평가원의 조치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은 3.11%(1만5154명)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등급 비율 6.2%의 반토막 수준이다. 4% 이내에 들면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과목과 비교해도 비율이 낮아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별도 자료를 통해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수험생, 학부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영어 문항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출제 및 검토 과정을 다시 한번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특히 난이도 조정 절차, 현장 교사로 구성된 검토위원의 역할 강화, 출제 및 검토위원의 역량 강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사교육 연관성을 배제하면서도 학교 교육의 범위 안에서 문제 출제가 이뤄지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등 36개 학회가 모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영단협)는 성명을 내고 영어 절대평가 제도 자체를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영단협은 “영어 절대평가는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제도”라며 “영어만 절대평가를 유지하며 기초과목 체제를 비정상적으로 분리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모의평가(영어 1등급 19.1%)과 9월 모평(영어 1등급 4.5%)을 거치며 ‘널뛰기’ 학생 변별을 반복한 방식의 파행이 극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영단협은 사교육 경감을 위해 도입된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식이 오히려 공교육의 붕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단협에 따르면 서울 일반고의 기초교과목 중 영어를 선택한 비율은 2019년 92.7%에서 2023년 80.6%로 하락했다. 영어교사 임용 역시 줄어 중등 영어교사 선발 인원은 수학 대비 2014년 118.5%에서 2026년 77.7%로 급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