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정청래표 ‘당원주권’… 정 “약속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

입력 2025-12-05 18:45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중앙위는 이날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연합뉴스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를 핵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이를 주도한 정청래 당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게 됐다. 당내 반발과 공개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절차를 강행한 정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는 5일 당헌 개정안이 부결된 뒤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굳은 얼굴로 회의장에 들어온 정 대표는 “1인 1표라는 전당대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중앙위에서 부결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당대표로 뽑아주신 당원들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1인 1표제를 당장 다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대표는 “1인 1표 당헌 개정안은 지금 즉시 재부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당원들께 길을 묻겠다. 당원주권시대에 대한 열망을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했다.

1인 1표제 추진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당은 지난달 19~20일 전 당원투표를 진행한다고 공지했지만, 투표 참여 자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당헌·당규상 전 당원투표가 아닌 ‘당원 여론조사’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찬성률이 80% 넘게 나오자 다시 이를 근거로 당헌 개정 절차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은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빨리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도 입장문을 통해 “당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차기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내년 연임 도전이 유력한 정 대표가 1인 1표를 도입해 결과적으로 자신의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고, 이를 견제하려는 세력이 조직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1인 1표제는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얘기했던 사안으로 다들 공감하는 방향”이라며 “결국 절차적 문제, 보완 의견 등은 핵심이 아니다. 이번 반발은 결국 ‘정청래 체제’의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정치적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청 갈등’(이재명 대통령과 정 대표의 갈등) 양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 대표 특유의 스타일에 당내 반발과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평가도 있다. 앞서 김상욱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사법개혁안 유출을 이유로 당 윤리감찰단으로부터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김판 한웅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