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고강도 사법개혁을 예고한 여당이 ‘사법 쿠데타’, ‘사법 카르텔 해체’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법원도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개 발언도 나왔다.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리자 사법부 차원의 조직적 반발을 제압하기 위해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면전에서 뻔뻔하게 사법개혁 반대를 외치며 사법개혁 반대 시위를 한 셈”이라며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누구 때문인지 알고도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참으로 뻔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에서 조 대법원장이 여권발 사법개혁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어 “삼권분립을 짓밟은 비상계엄 때는 침묵하더니 이제 와서 사법 독립을 지켜달라는 이중적 태도 역시 기가 차다”며 “조희대를 국민들은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정 대표는 이날 사법부를 겨냥해 ‘사법 쿠데타’ ‘사법 카르텔’ 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2차 추가 종합 특검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도 밝혔다. 정 대표는 “3특검이 종료되는 즉시, 2차 추가 종합특검으로 내란의 잔재를 끝까지 파헤쳐 내란의 티끌까지 법정에 세우겠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는 28일 김건희 특검이 마무리되면 3특검은 모두 종료된다. 다만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 말씀은 구체적 일정까지 포함한 의미는 아니다”며 “3대 특검이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추가 특검을 신속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씀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사법부가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도부 인사의 공식 발언도 나왔다. 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TF 단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계엄 당시) 비상계엄이 합헌일 때를 가정해서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논의했다고 언론에서 보도됐다”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대법원이 내란에 동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다. 조사가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8일 정책 의총을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 쟁점이 큰 법안들의 처리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이 연일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 위헌 논란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사법개혁안들을 순서대로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최소 7박8일간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