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입국 금지 대상국을 확대하고 합법적으로 이민 절차를 밟고 있는 이주민들의 취업 허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최근 백악관 인근에서 주방위군 소속 병사가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로부터 총격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기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입국 금지 대상국 확대와 관련해 “정확한 숫자를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30개 국가가 넘을 것이며 대통령이 계속해서 각국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7개국 국민에 대해서는 제한 조치를 내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백악관과 두 블럭 떨어진 곳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트루스소셜에 “모든 제3세계 국가로부터 이민을 영구 중단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놈 장관은 “한 국가가 안정적인 정부를 갖추지 못한 데다 자국민 신원을 파악하고, 미국의 심사 절차에 협조할 능력이 없다면 왜 미국이 그 국가 국민의 입국을 허용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난민·망명 신청자 등 정부의 인도주의 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발급된 취업 허가증(EAD)의 유효기간도 대폭 줄인다. 기존 최장 5년이었던 것이 18개월로 줄어든다. 조지프 에들로 이민국(USCIS) 국장은 “취업 허가를 더 자주 갱신하면 정부가 이민자들을 재심사할 기회가 늘어난다”며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는 점을 모든 외국인이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인 2023년 남부 국경을 통한 망명 신청자가 급증하자 취업 허가 갱신 처리 건수가 넘쳐나 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때 바이든 행정부는 취업 허가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이민자와 고용주들에게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했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실제 이민 절차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이들이 취업 허가는 유효한 경우들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정책 변화로 수십만 명의 합법적 취업 이민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육가공업체나 요양시설 등 이민자 노동력 의존도가 큰 산업에서 인력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봤다. 고령자 주거시설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굿 윈 리빙’의 롭 리브라이크 대표는 “돌봄 인력의 감소는 고령화하는 미국 사회에서 돌봄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