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응급실 뺑뺑이’ 부산 고교생 응급 처치는 적절… “병원, 환자 수용에 소극적”

입력 2025-12-05 02:08

지난 10월 부산에서 고등학생이 응급실로 제때 이송되지 못하고 숨진 이른바 ‘뺑뺑이(미수용)’ 사고는 응급처치는 적절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이 환자 수용에 보다 적극적이었다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는 4일 의료계 전문가와 함께 구급활동일지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소방청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부산 고등학교 구급활동일지와 구급대원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이 학교 교사가 지난 10월 20일 오전 6시17분 처음으로 신고했다. 당시 학교 1층 야외에서 A군을 발견한 신고자는 119 상황센터에 “의식·호흡이 있다. 간질 같다”고 설명했다. 이후 1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A군이 손발을 휘젓는 등 몸부림을 보이고 있어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일 경찰 조사에서 A군에게 혈흔, 주요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초 현장에선 이미 응급실 이송이 필요한 상태였다. 최초 신고 후 18분 만에 이뤄진 환자 평가에서 A군은 ‘혈압 80/50, 맥박 130회, 산소포화도 88%’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외상 유무와 관계없이 당장 기도를 확보하고 혈압을 올리지 않으면 수분 내 심정지로 사망할 수 있어 응급실 이송부터 해야 하는 상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구급대도 18세 A군을 중증에 해당하는 중증도 평가(PRE-KTAS) 2단계(긴급)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송 병원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구급대는 6시44분부터 16분간 병원 5곳으로부터 소아·신경과 진료 불가를 이유로 수용 불가(4회), 확인 후 회신(1회)을 통보받았다. 이후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 7곳으로부터 수용 불가(6곳), 확인 후 회신(1곳)이라는 답을 들었다. 소아·신경과 진료 불가·의료진 부재가 이유였다. 병원 1곳과는 연락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구급대는 병원에 A군의 연령, 증상, 활력징후 등을 설명했다. 특정 진료과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결국 병원 수배 41분 만인 7시25분 A군은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상황센터에선 소아 심정지 불가를 이유로 한 차례 더 수용 곤란을 통보받은 끝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A군은 결국 숨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부산 소재 구급대·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응급 이송이 필요한 3603건에 대해 총 1만5608회 수용 문의를 했지만 병원 수락률은 14.6%(2274회)에 그쳤다. 수용 곤란 사유는 의료진 부족(66.3%), 중환자실 부족(13.5%), 배후진료 불가(11.2%) 등이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