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데 계속 보게 된다… 다시 돌아온 K로맨틱 코미디

입력 2025-12-06 00:12
SBS 드라마 ‘키스는 괜히해서’ 한 장면. SBS 제공

최근 K드라마 시장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BS ‘키스는 괜히 해서!’, MBC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tvN ‘얄미운 사랑’ 등이 연이어 시청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세 작품은 각기 다른 설정을 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신데렐라 서사’와 ‘캔디형 여성 주인공’이라는 전형적 클리셰를 활용한다. 경제적 여유나 사회적 지위는 없지만 당차고 주눅 들지 않는 여주인공이 부와 지위를 갖춘 남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갈등을 극복하고 관계를 완성해 가는 흐름이다.


SBS ‘키스는 괜히 해서!’는 고전적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고다림(안은진)과 다국어에 능한 엘리트 컨설턴트 공지혁(장기용)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고다림을 유부녀로 오해한 공지혁의 흔들리는 감정선과 두 주인공의 연기가 상투적 스토리에 긴장감을 더한다. 첫 회 4.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시작해 7회 분당 최고 시청률 6.9%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에서도 글로벌 순위 3위로 출발해 3주 만에 1위에 오르며 해외에서의 인기를 확인했다.


MBC가 야심 차게 선보인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영혼 체인지라는 고전적 장치를 활용한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상처 많은 세자 이강(강태오)과 명랑한 보부상 박달이(김세정)의 영혼이 뒤바뀌며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극의 주요 재미로 작동한다. 사극의 묵직함에 코믹한 톤을 더해 시청자 호응을 얻고 있다. 시청률 역시 첫 회 3.8%에서 9회 5.4%까지 오르며 순항 중이다. 범아시아 OTT 플랫폼 뷰(Viu)에서 11월 2주차 아시아 6개국 톱5에 진입하고 인도네시아·태국 1위 등 상위권을 석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tvN ‘얄미운 사랑’은 국민 배우 임현준(이정재)과 연예부 기자 위정신(임지연)의 로맨스를 ‘티키타카 앙숙 케미’ 공식을 앞세워 보여준다. 두 사람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다가 오해로 멀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K로맨스 특유의 밀고 당기기 매력을 풀어낸다. 이정재가 오래간만에 보여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는 평가다. 시청률은 첫 회 5.5%로 출발해 10회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는 글로벌 TV쇼 7위, 태국·말레이시아 1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순항 중이다.

한동안 장르물이 주도하던 드라마 시장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다시 뜨는 흐름에는 침체된 사회 분위기도 맞물려 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도 힘든데 드라마에서까지 무거운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시청자가 많다”며 “그럴 때 잔잔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OTT 플랫폼에서 소비되면서 한국에선 익숙한 클리셰들이 해외 시청자에게 K드라마 특유의 재미로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는 한류부터 강세 장르였다”며 “직설적 감정 표현, 계급·경제적 장벽을 넘어서는 사랑 이야기, 배우들의 글로벌 인지도 등이 해외에서도 소구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선택지가 많아 완성도가 낮으면 바로 외면받는다”며 “장르만으로 시청자를 설득하는 시대는 지났다. 대본, 연출, 연기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