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일방처리 → 수정… 與, 반복되는 졸속 입법

입력 2025-12-04 18:54 수정 2025-12-04 23:58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쟁점법안 입법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일방 처리, 본회의 직전 수정안 상정 방식이 하나의 공식으로 터 잡고 있다. 부실심사와 졸속입법이 반복되자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비상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입법 과정의 공백을 시행령으로 보완하려다 부작용이 현실화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사위는 전날 온라인 플랫폼이 개인 판매자의 전화번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수집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사실상 대체토론 없이 통과시켰다. 쿠팡 정보유출 파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개인정보보호법상 최소수집 원칙에 위배한다는 지적이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등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결국 수정 없이 그대로 통과됐다.

지난 9월 본회의를 통과한 증언감정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위증 고발 주체를 국회의장(원안)에서 법사위원장으로 바꾸는 수정안을 발의했지만 논란이 제기되자 다시 원상복구하는 재수정안을 본회의 직전 발의했다. 같은 달 처리된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정부·여당은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할 방침이었지만 금융위·금감원의 반발이 거세지자 또 본회의에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법안 첫 발의 이후 10년 만에 통과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입법 당시 공백으로 남겨둔 부분을 시행령으로 보완하려 하고 있으나 노사 반발로 졸속처리 부작용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원·하청 간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수 있고, 하청 노조별로도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원청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라고, 경영계는 “무분별한 교섭단위 분리가 일어날 것”이라고 동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법안 통과에만 목표를 두다보니 시행령으로 미뤄둔 부분에서 상처가 곪기 시작한 것이다.

오는 9일 본회의 상정이 예상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역시 마찬가지다. 전날 법사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진행 중인 1심 재판을 내란전담재판부로 이관하도록 할 것인지를 두고 당내 이견이 커 또 본회의 직전 수정안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정책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법 등 임시국회 처리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내란재판특별부법,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 등 민주당 법안 다수가 상임위 통과 이후 위헌 소지나 타 법률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자 집중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민주당의 독주도 문제지만 국민의힘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법사위가 정치적 양극화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한쪽이 과대하게 의석을 점유하고 있기에 협의할 필요가 없어서 벌어지는 문제”라며 “소수라도 합리적인 얘기를 들어야 하는데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윤수 한웅희 송경모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