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아파트가 39억에… 강남4구·마용성 증여 전수조사

입력 2025-12-05 00:19

국세청이 서울 강남4구(강남·강동·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내 증여 거래를 전수조사한다. 우선 지난 1~7월 해당 지역에서 증여 거래가 발생한 2000여건부터 편법증여 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향후 증여 거래 역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해당 지역에서 편법증여가 성행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국세청은 서울 내 7개 지역 내에서 1~7월 신고된 증여 거래 2077건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까지 증여세를 신고한 건들이 대상이다. 증여세는 증여가 발생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신고하게 돼 있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후에도 계속 신고가 들어올 예정이고 그 건에 대해서도 검증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특정 지역을 콕 집어서 ‘핀셋’ 검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10월 서울에서 부동산 등기상 증여 건수는 모두 7708건이다. 3년 전 같은 기간(1만6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가 나왔는데, 7개 구 내 증여가 유독 많은 편이다. 특히 올해 미성년자에 대한 아파트 증여 건수 223건 중 절반 이상이 강남4구와 마용성에 몰려 있다.

가장 많은 유형은 ‘부담부 증여’를 받은 뒤 채무를 갚으면서 생활비는 부모에게서 수령하는 경우다. 가령 A씨는 모친 소유인 수십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근저당 채무 수억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부담부 증여를 받았다. 이후 A씨는 근저당 채무를 본인 근로소득으로 상환하겠다고 신고했다. A씨는 근저당 채무에 대한 빚을 갚으면서도 씀씀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신용카드 사용액만 1억원이 넘고 자녀 유학비에 해외여행경비까지 지출이 많았다. 국세청은 이런 사례의 경우 생활비 등을 현금으로 부모에게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금출처를 조사하기로 했다.

감정평가를 조작해 증여한 경우도 있었다. B씨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시세 60억원인 서울 압구정 아파트의 감정가액을 39억원으로 조작해 세금을 축소 신고했다. 이에 국세청은 직접 감정평가를 실시해 시가를 바로 잡고 적정 과세를 하기로 했다. 조작에 가담한 감정평가법인은 사업을 할 수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이번 검증 대상 중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으로 신고한 건을 포함해 모두 631건에 대해 감정평가를 다시 할 계획이다. 오 국장은 “자금출처도 다 살펴보고 탈루 혐의가 있을 경우 세무조사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