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 3특’으로 수도권 집중·지방소멸 악순환 끊어야”

입력 2025-12-04 18:56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이 4일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균형발전을 하지 못한다면 정치도, 경제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우리 사회의 극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숙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권현구 기자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4일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층의 극심한 경쟁과 수도권 과밀이 만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5극3특 전략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극 3특은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을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재편해 균형성장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또 현재 정치·사회의 극한 갈등을 해결 하기 위해선 해답으로 ‘숙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 7월 지방자치위원장에 임명됐다. 소감에 대해 말해달라.

“아직 5개월도 안 됐다. 내가 사실은 도지사 시절에 메가시티 전략을 했는데 시도 단위로는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구상했던 것이 부울경 메가시티였다. 어쨌든 메가시티 정책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그런 아쉬움이 많았지만 이번 정부에서 선거 과정의 공약으로 만들고 그 이후에 국정기획위원회에서부터 함께 쭉 로드맵으로 만들었다. 설계도를 함께 만들고 실행해 나가는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

-이전 정부 때부터 각 광역자치단체간 통합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대구경북특별시, 대전충청 행정통합 등이 있다. 하지만 지금 좀 삐걱거리고 있다.

“행정통합과 광역연합 두 가지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행정통합과 관련해 대구·경북을 보니까 광역시의 자치구 관계와 경북도 자치구의 권한이 다르다. 대구에서는 광역통합시가 가져야 된다고 했는데 도에 있는 시군들은 무슨 소리냐며 갈등이 있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정부는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가능한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연합을 통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적극적으로 행정통합에 나서고 있는 대전·충남도 빨라야 내년 7월 출범 가능하다. 그 사이에도 인재 육성 전략이라든지 광역 대중교통망 구축이라든지 필요한 지역의 권역별 발전 전략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해야 한다. 연합과 통합이 병행 추진 돼야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시급한 사업도 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통합도 할 수 있다. 대전·충청 통합과 관련해 여당 의원과 아무런 합의도 없이 국회 특별법을 제시했다. 그래도 그런 노력이라도 하는 게 낫다.”

-출산율 문제도 지역·수도권 불균형과 연결된다고 보나.

“그렇다. 출산율 하락은 결국 청년층의 극심한 경쟁과 수도권 과밀이 만든 구조적 문제다. 청년들이 태어난 지역에서 대학에 다니고, 원하는 일자리를 지역에서 찾고, 그곳에서 가정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 유럽처럼 수도권은 주말·휴가에 놀러 가는 곳이지, 모든 기회를 한곳에 몰아두는 구조가 아니다. 청년이 지역에 남아야 지역별 문화가 형성되고, 임금 격차·노동시장 문제도 함께 해결된다. 이 모든 것이 국가 균형 성장 전략안에 들어 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어떻게 확보되나.

“위원회 자체 예산은 없다. 다만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있다. 올해 15조원 규모인데, 내년에는 22조원으로 많이 늘어난다. 그동안 예산 편성권이 기재부에만 있어서 지방시대위원회 의견은 ‘듣기만 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위원회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다. 기존처럼 중앙부처 공모에 지방이 경쟁적으로 달라붙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그 예산을 ‘포괄계정’으로 묶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편성·선택하도록 바꾸고 있다. 또 여러 부처 사업을 하나의 ‘묶음 사업’으로 만들어 지역 단위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방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의 부담이 너무 크다. 초중고 경쟁교육은 OECD에서도 심각한 수준이고, 자살률도 계속 늘고 있다. 이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도 어렵다. 대학이 수도권 중심 서열 구조로 묶여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경쟁시키는 체계가 지속된다. 전략산업 중심의 지역대학이 10개·20개 생기면 한 줄로 경쟁하는 구조가 10줄·20줄로 바뀐다. 입시 경쟁이 완화되면 초중고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넓어진다.”

-정치인이다. 우리나라 정치적 분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줄이는 것인데, 지금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SNS·유튜브 중심의 확증편향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 30명·500명 단위의 시민의회, 수만 명이 참여하는 디지털 토론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직접 만나서 토론하면 훨씬 합리적 결론이 나온다.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일을 시민참여가 보완해야 한다. 숙의 민주주의다.”

-최근 독일에서 공부했다. 느낀 점은.

“독일 학교는 학생들이 토론하고 생각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 운동하고 놀아도 대학 가는 데 문제가 없다. 중요한 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 나치 재발을 막기 위한 사회적 반성이 교육철학으로 자리 잡았고, 아이들의 토론에 교사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결과가 어떻든 사회가 그 결론을 존중하고 지원한다. 이런 시민교육 구조가 극우·혐오 확산을 막는 기반이 된다. 우리나라도 지금의 학교 교육 구조에서는 아이들이 토론을 통해 생각하는 경험을 쌓기 어렵다. 그 결과 혐오·차별·극단적 정치 문화가 청소년 세대까지 빠르게 침투한다. 학부모들도 ‘우리 아이 인생 책임질 거냐’며 토론·참여 교육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체계를 바꾸고 경쟁을 완화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정기적으로 월 1회 보고하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사업 설계도, 중간 점검, 권역전략 등 필요할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균형발전·지방전환 정책은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대통령과의 소통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창원=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