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인사 청탁을 ‘현지 누나’(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전하겠다고 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4일 사의를 표명하자 즉각 수리했다. 논란이 처음 불거지자 ‘엄중 경고’ 조처만 했던 사안을 하루 만에 급거 정리에 나선 건 ‘김현지 실세설’이 재부각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김 1부속실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김 비서관은 오늘 대통령비서실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사직서는 수리됐다”고 공지했다. 김 비서관은 오전 대통령실에 출근했으나 오후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비서관은 지난 2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직에 중앙대 동문 출신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한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김 1부속실장이 세간의 소문대로 인사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전날 “공직기강 차원의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며 사안을 마무리지으려 했지만 정치권 공세가 김 1부속실장에게 집중되자 추가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오전 JTBC 유튜브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눈물 쏙 빠지게 경고한 것으로 안다”며 김 비서관의 평소 행동에 대해 ‘주책 이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브리핑에선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준 데 대해 본인이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김 1부속실장에 대한 조치를 묻자 “1부속실장은 인사와 관련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만 답했다. 문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다”며 사과했다.
야권은 “인사농단 사태의 핵심 배후는 김 1부속실장”이라며 공세 강도를 높였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이 내놓은 ‘김남국 사퇴’ 카드는 국민 분노를 무마하기 위한 전형적 꼬리 자르기”라며 “철부지 동생 하나 내보내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할 생각을 접고, 김 1부속실장이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도 촉구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다짐한 대로 특별감찰관을 즉시 임명하라”며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특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사농단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재발을 막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김 1부속실장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김건희 여사에 빗대 “감시받지 않는 권력에 도취한 비선실세들이 정권을 무너뜨렸다”며 “특별감찰관을 두시라. 대통령이 불편해하고 김 1부속실장이 두려워할 인물로 지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예솔 이형민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