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4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코스피에 밀렸던 그간의 분위기에서 반전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36분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0.17% 오른 937.88을 기록하며 시총 500조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지난 6월 11일 406조7165억원으로 400조원대가 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다만 오전 10시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며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0.23% 하락한 929.83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총은 499조2415억원이다.
코스닥은 올해 코스피가 이날 기준 약 68% 오르는 동안 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만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달 상승률만 보면 코스피를 앞서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와 국민연금 등 연기금 대상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기대는 유지되고 있다.
코스닥 상승을 이끈 건 기관 투자가로, 이달 554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018억원, 2222억원 순매도했다. 기관은 코스닥 상승에, 개인·외국인은 하락에 베팅하는 추세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기관은 최근 3개월 지수 상승을 배로 추종하는 ‘코덱스(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약 5800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280억원, 5300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상승 주역인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차익 실현 욕구도 코스닥 활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에서 AI 관련주를 판 돈이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사적으로도 대형주가 상승한 다음 중·소형주가 따라 오르는 사례가 있었다. 추세적으로 코스닥이 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은 로봇과 바이오주가 크게 상승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6.30%) 리가켐바이오(3.37%) 로보티즈(12.72%) 등이 크게 올랐다. 증시에 처음 입성한 에임드바이오(300%)가 변동 폭 상한선인 공모가 4배로 뛰었고 인벤티지랩(24.14%) 오름테라퓨틱(20.15%) 원익홀딩스(16.11%) 등도 크게 올랐다.
다만 추세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처음이 아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지난 20년간 세 차례(2005·2013·2018년) 시도됐다”며 “실제 기관 투자가의 운용 규정 변화가 동반되는지 등을 확인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 발표 지연에 따른 실망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