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구당 평균 자산과 부채, 순자산(자산-부채)이 모두 늘어나는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빚이 늘었지만 자산 가치가 그보다 더 오르며 순자산도 불어난 것이다. 그러나 자산 상승의 온기는 세대·계층별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부동산 보유 비중이 낮은 20·30대 가구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자산과 순자산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소득 수준별로도 하위 20%(1분위)의 순자산만 역성장했다.
국가데이터처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1년 전보다 4.9% 늘어난 5억6678만원이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실물자산 가격이 5.8% 급등한 영향이 반영됐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원으로 4.4% 늘었지만 자산 증가 폭이 이를 웃돌며 가구당 평균 순자산(4억7144만원)도 5.0% 늘었다.
자산 상승세 속에 세대별, 계층별 양극화는 확대됐다. 가구당 평균 자산은 40대 및 50대(모두 7.7%), 60대 이상(3.2%)에서 모두 늘었지만 39세 이하(-0.3%)는 역성장했다. 순자산도 40대(7.4%)와 50대(7.9%), 60대 이상(3.2%)은 증가했지만 39세 이하(-0.9%)는 마이너스였다.
지난해에도 39세 이하 가구는 자산 및 순자산이 줄었지만 부채(-5.2%)도 함께 감소했다. 올해 이들은 부채가 1.2% 늘며 자산 대비 부채 비율(30.3%)이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31.1%로 1.1% 줄었지만 여전히 40대(97.4%)와 50대(59.0%), 60대 이상(41.0%)을 크게 웃돌았다.
소득 계층별 자산 격차도 더 벌어졌다. 소득 5분위 가구(상위 20%) 평균 자산(13억3651만원)은 하위 20%인 1분위 가구(1억5913만원)의 8.4배 수준으로 지난해(7.3배)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순자산 역시 5분위(17억4590만원)와 1분위(3890만원) 격차가 44.9배로 지난해(42.1배)보다 커졌다.
소득 1분위(-4.9%)를 제외한 2분위 이상 계층은 모두 순자산이 불었다. 이로 인해 순자산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1에 가까울수록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낮아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39세 이하 연령대와 저소득층의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가구당 자산 규모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집중된 서울(8억3649만원)이 가장 컸다. 세종(7억5211만원), 경기(6억8716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세종(7억6633만원)이 서울(7억6173만원)을 앞섰지만 1년 만에 역전됐다.
가구 부채로 잡히는 임대보증금(전·월세 및 상가보증금)은 1년 새 10% 오르며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융부채 증가 폭(2.4%)보다 4배 이상 높다. 특히 39세 이하 가구(1276만원)의 임대보증금 증가율이 14.0%로 가장 컸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역전세난 발생 시 이들의 부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자산 격차를 만회할 가구 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3.4%에 그치며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근로소득(5.6%→2.4%)과 사업소득(5.5%→2.1%), 재산소득(28.1%→9.8%) 증가세가 모두 주춤했다. 50대(5.9%)와 60세 이상(4.6%)의 소득 증가율은 평균을 웃돈 반면 40대(2.7%)와 30대 이하(1.4%)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0.325로 전년 대비 0.002포인트 늘며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