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한국에 상륙했다. 4일 데이터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주거용 요금제와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동시에 시작했다. 기존 유·무선 통신보다 현저히 느린 속도지만 장점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수천 기 위성이 촘촘한 망을 구축해 하늘 아래라면 어디서든 연결이 가능하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판’을 흔들지도 관심이다.
스타링크는 이날부터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거용 요금제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가격은 월 8만7000원에 데이터 용량은 무제한이다. 다만 안테나·공유기 등 서비스 이용에 꼭 필요한 장비는 55만원을 내고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홈페이지 곳곳에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설명을 달았지만, 스타링크가 공개한 인터넷 속도는 다운로드 시 135Mbps, 업로드 시 40Mbps다. 국내 통신 3사의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 178Mbps보다 느리다. 웹 서핑이나 영상 시청 등 일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통신 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1025Mbps)와는 큰 차이가 난다.
스타링크의 진짜 경쟁력은 속도가 아닌 지리적 범용성에 있다. ‘연결되지 않은 곳을 연결한다’는 슬로건처럼, 깊은 산속과 먼 바다, 오지 등에서도 문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서도 빛을 발한다.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군은 스타링크에 의존해 군사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가격이나 속도를 고려했을 때 당장 국내 유·무선망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어렵지만, 기지국 신호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링크, KT 샛과 협력을 맺고 B2B 고객도 맞이했다. SM그룹의 선박관리 전문기업 케이엘씨에스엠(KLCSM)과 국내 대표 선사인 팬오션, 롯데물산 등이 서비스 개시와 동시에 계약을 맺었다. KLCSM과 팬오션은 선박 통신 고도화와 선원 복지를 위해, 롯데물산의 경우 롯데월드타워의 재난 대응력 강화를 목적으로 스타링크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기내 와이파이 도입을 원하는 저가항공사(LCC)나 건설 현장, 기업 사설망 구축 사업에서도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저궤도 위성 통신은 6G 시대를 앞두고 국가 차원에서 주목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초공간 연결’을 완성하는 것이 6G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30년까지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하고, 지상과 위성을 통합한 시범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6G 상용화 시점에 맞춰 개방성과 범용성을 모두 잡겠다는 목표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