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계 탈퇴 절차에 ‘유출’ 아닌 ‘노출’ 고집… 쿠팡에 부글

입력 2025-12-05 00:18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쿠팡의 ‘꼼수’ 행위가 비판을 받고 있다. 회원 탈퇴 절차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이번 사건 관련 주요 공지에서 ‘유출’ 대신 ‘노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지적이다. 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 쿠팡의 정책이 소비자의 해지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관계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방송미디어통신미디어위원회는 4일 “쿠팡이 제공하는 탈퇴 경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의 해지권 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사실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방미통위는 쿠팡의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과징금·시정명령 부과 등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쿠팡 회원에 가입하는 것은 간편하고 쉽지만 탈퇴는 경로를 찾는 것에서부터 복잡하다. 직관적으로 만들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탈퇴는 간단찮다. 앱에서 회원 탈퇴를 진행하려면 메인화면 하단의 개인정보 탭을 누르고, 설정에 들어가, 회원정보 수정을 누른 뒤 비밀번호 입력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PC화면으로 이동해 비밀번호 재입력 단계부터 다시 회원탈퇴 절차를 진행한다. PC 화면에서는 쿠팡 이용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 6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탈퇴가 가능하다. 쿠팡이 의도적으로 소비자 불편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쿠팡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이후 발표한 사과문과 공지에서 유출 대신 노출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썼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용자의 혼선이 없도록 개인정보 ‘노출’ 통지를 ‘유출’ 통지로 수정하고 유출 항목을 빠짐없이 반영하라고 쿠팡에 지시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출·유출은 법적으로 개념이 다른데 노출이 들어간 순간 쿠팡의 대응 방향이 드러난 것”이라며 “유출에 대해서만 처벌 규정이 있다. 쿠팡이 이걸 알고 의도적으로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의 사과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알린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와 앱 초기화면에 이번 사태 관련 사과문을 걸어뒀다. 그러나 지난 2일 사과문이 사라지고 로켓배송 등을 홍보하는 배너광고가 그 자리를 채웠다.

쿠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러 정책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은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중의 분노가 개인정보 유출로 표출되면서 쿠팡의 과거 행적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며 “미온적인 대처로 일을 키우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