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연말 정기임원 인사에서 세대교체와 조직 효율화를 내세우며 40대 젊은 인재들을 전진 배치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의 성장 동력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SK그룹은 4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에서 결정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협의·확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빨리 단행한 지난 10월 사장단 인사의 후속 작업이다. 전 계열사를 합쳐 85명이 신규 임원으로 선임됐다. 75명이 새로 임원이 됐던 지난해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3년 연속 신규 임원 선임 규모를 100명 이하로 유지하며 조직 효율화 기조를 이어갔다. 그룹 전체 임원 규모는 10%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임원 조직 강소화(强少化)를 통해 작고 강한 조직을 구축해 미래 성장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선임된 인원 중에서는 약 63%인 54명이 40대로 구성됐으며, 20%(17명)는 1980년대생으로 구성됐다. 여성 신규 임원은 8명인데 이 중 6명이 1980년대생이다. 이에 따라 임원 평균 연령도 만 48.8세로 만 49.4세였던 지난해보다 젊어졌다. 신규 선임 임원 가운데 최연소는 안홍범(42) SK텔레콤 네트워크 AT/DT 담당이다.
사장단의 경우 김종화(사진)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을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를 겸직하도록 했다. 정유와 화학 사업의 시너지 극대화 차원이다.
SK그룹은 AI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기 위해 계열사별 조직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거점에 AI 리서치 센터를 산하 조직으로 신설하고 안현 총괄개발사장(CDO)이 센터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글로벌 생산 경쟁력 강화를 전담하는 글로벌 인프라 조직도 만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AX단을 신설하며, SK에코플랜트는 기존 건축·토목·플랜트 등 솔루션사업 조직과 AI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사업 조직을 ‘AI 솔루션사업’ 조직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SK스퀘어도 AI 중심 투자 전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AI 혁신’ 조직을 신설하고 AI·반도체 분야 투자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장 실행력 강화, 내실 경영, 차세대 리더 육성을 통해 본원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이번 인사가 각 사의 미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