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부부 원재연·김수연 “내년엔 듀오로 만나요”

입력 2025-12-06 00:06
피아니스트 원재연(오른쪽)·김수연 부부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솔리스트로 각자 활동해온 두 사람은 이날 오랜만에 한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았다. 윤웅 기자

지난해 12월 한국 음악계에 스타 피아니스트 부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부조니 콩쿠르 준우승자 원재연(37)과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자 김수연(31)이다. 각자 연주 스케줄 때문에 결혼 이후에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는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두 사람 모두 이번 달 국내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연 스케줄에 따라 계속 이동해야 하는 연주자의 삶은 평범하진 않죠. 특히 결혼 이후 부부 생활이 가능하겠느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서로를 격려하며 지내고 있습니다.”(원재연)

“결혼으로 생활이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결혼 전부터 각자 한국과 해외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며 살아왔으니까요.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찾습니다. 결혼 전과 비교해 ‘구석구석’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김수연)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0년 시작됐다. 당시 콩쿠르 참가를 준비하던 김수연을 위해 그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강충모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또 다른 제자인 원재연을 연습 반주자로 부른 것이다.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듯했던 인연은 3년 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다시 이어졌다. 원재연은 최고연주자과정으로, 김수연은 학부 과정에 각각 입학했다. 선후배로 친밀하게 지내던 두 사람은 2015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원재연이 2017년 부조니 콩쿠르 준우승, 김수연이 2021년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면서 연주자로서 잇달아 주목받았다. 김수연은 “10년간의 교제 기간이나 결혼 이후에나 오빠는 늘 힘이 되는 존재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서로에게 애틋해서인지 서로를 더 격려하게 된다”며 웃었다.

원재연이 발매한 앨범표지.

원재연은 지난 6월 영국 오닉스 레이블에서 음반 ‘도메니코&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를 발매했다. 독일 레코딩 명소인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으며, 베를린 필하모닉을 포함해 수많은 거장들과 작업한 프로듀서 마틴 자우어가 참여해 높은 완성도를 더했다. 스카를라티 부자(父子)의 작품 26곡을 수록된 앨범은 원재연의 치밀한 음악적 해석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고,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200만회 이상 재생됐다. 지난 10월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도 열었다.

그는 “스카를라티 부자를 함께 담는다는 아이디어를 음반사나 음악 팬들이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며 “그동안 음반 녹음을 4차례 했지만 실제로 발매된 것은 두 장 뿐이었다. 게다가 이번 녹음을 앞두고 손가락 부상까지 당해 개인적으로 연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음반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원재연은 최근 예술감독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유럽에서 활동하는 청년 클래식 음악가 지원을 위해 창단한 앙상블 ‘아르코 앙상블 인 유럽’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또 2022년부터는 스타인웨이와 함께 피아노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뛰어난 기량을 지닌 아마추어 연주자들에게 공연 기회를 주는 ‘스타인웨이 아모 피아노 콘서트 시리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콘서트는 오는 17일 스타인웨이 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그는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많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적다”며 “네트워킹이 중요한 클래식계에서 선배로서 제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연주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수연은 연주자로서 요즘 피치를 올리고 있다. 로열 필하모닉, 파리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엘프 필하모니, 라 스칼라 극장,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등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했다. 내년 2월에는 유서깊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무대에 선다. 그가 2023년 7월 발매한 첫 솔로앨범 ‘모차르트 리사이틀’은 BBC 매거진, 그라모폰, 디아파송 등에서 최고 평점을 받았다. 내년 2월 새로운 앨범 녹음도 앞두고 있다.

김수연이 발매한 앨범표지.

그는 현재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에서 프랑스 피아니즘의 거장 에릭 르 사쥬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오는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도 ‘프랑스의 메아리’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 작곡가들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김수연은 “그동안 독일과 러시아 음악가들에 천착했는데, 최근엔 프랑스 음악으로 눈을 돌렸다. 주변에서 주력 레퍼토리를 찾아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 게 좋다고 조언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는 성격이라 아직은 좀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8~19일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출신인 피아니스트 김다솔 박종해 김준형과 함께하는 듀오 콘서트에도 참여한다.

지난 여름 평창대관령음악제와 랑데부 드 라 무지크 페스티벌에서 깜짝 듀오 연주를 펼쳐 환호를 받았던 두 사람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듀오 리사이틀을 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학생 시절부터 자주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주변의 권유도 많고 저희 스스로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현재 공연장과 부부의 스케줄 조율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