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 핵심 기술 中으로 빼돌린 직원 실형… 공범들도 檢송치

입력 2025-12-05 00:07

반도체 패키징 과정의 핵심기술인 ‘캐필러리’ 제조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 회사는 전 세계 캐필러리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다. 재판부는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조직적인 기술 유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한 경찰은 공범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소진 판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국외누설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반도체 부품업체 A사의 전직 직원 김모씨에게 지난달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초 15년 이상 근무하던 A사에서 경쟁사인 중국 업체 B사로 이직했다. 김씨는 퇴사 때 캐필러리 제조공정 레시피 등이 들어 있는 USB를 들고 나갔다. 캐필러리는 반도체 조립의 마지막 공정 중 하나인 패키징 과정에 필요한 초정밀장비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작 등에 사용된다. 특히 김씨가 유출한 기술은 캐필러리의 성능과 수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부가 보호하는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로도 지정돼 있다.

김씨는 재판에서 유출한 기술들이 영업비밀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출된 자료는) 피해 회사가 수년간 캐필러리를 제조하면서 시간, 노력, 자본을 들여 발견한 적정 수치 등이 기재돼 있다”며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연한 사정으로 영업비밀 유출 정황이 파악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많은 비밀이 유출됐을지 가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기술 유출이 김씨의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같은 회사에 재직 중인 직원들이 김씨에게 정보를 넘겼고,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인멸을 교사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진 것이다. 추가 기술 유출 의혹을 확인한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공범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의 재판 역시 김씨와 검찰 모두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인력 부족으로 추격에 어려움을 겪던 중국 업체들이 단기간에 거리를 좁힐 수도 있다”며 “기술의 중요성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