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근소세·사회보험료 더 가파르게 올랐다

입력 2025-12-05 00:15

최근 5년간 직장인 임금보다 월급에서 원천징수 되는 근로소득세, 사회보험료 등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급이 올라도 직장인 지갑은 더 가벼워졌다는 뜻이다. 근로자들의 체감 소득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근로자 평균 월 임금은 2020년 352만7000원에서 올해 415만4000원으로 연평균 3.3% 증가했다. 그러나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의 합은 같은 기간 44만8000원에서 59만6000원으로 연평균 5.9% 늘었다. 이에 따라 임금에서 세금·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에서 14.3%로 커졌다.

항목별로 보면 근로소득세는 2020년 월 13만1626원에서 연평균 9.3% 급증해 올해 20만5138원으로 올랐다. 한경협은 물가와 임금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소득세 과표기준과 장기간 동결된 기본 공제액을 근로소득세 상승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소득세 세율은 1400만원 이하는 6%, 1400만~5000만원 이하 15%, 5000만~8800만원 이하 24%, 8800만~1억5000만원 이하 35% 등 구간별로 차등 적용되고 있다. 기본공제액은 2009년 이후 16년째 동결 중이다.

사회보험료는 5년간 월 31만6630원에서 월 39만579원으로 연평균 4.3%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고용보험료 상승률이 5.8%를 나타냈고,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보험료는 각각 5.1%, 3.3% 증가했다. 내년부터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높아지는 만큼 직장인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기·가스, 식료품, 외식비 등 필수 생계비 인상률도 임금보다 증가 폭이 컸다. 전체 필수 생계비 물가는 2020년 대비 연평균 3.9% 상승했다. 기타 연료·에너지(10.6%), 가스(7.8%), 전기(6.8%) 등 광열비가 임금보다 배 이상 올랐고, 사과 귤 딸기 등 과실(8.7%), 빵 우유 등 가공식품(5.0%), 음식 서비스(4.4%) 등 먹거리 비용에 대한 부담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 장바구니 물가 전반에 관한 대책을 바탕으로 근로자의 체감 소득을 높여야 한다”며 물가에 따라 과표구간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제안했다. 사회보험의 경우 구직급여 반복 수급이나 건강보험 과잉 진료 등 지출 구조 개선을 통해 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