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시를 운으로 만드는 널뛰기 수능,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25-12-05 01:20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며 컴퓨터용 사인펜 마킹 연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복되는 수학능력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가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수능 성적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수시모집에 ‘깜깜이 지원’을 해야 하는 수험생에게 수능 난이도의 급격한 변동은 설상가상으로 다가온다. 입시를 ‘운의 영역’으로 만들고 있는 널뛰기 수능을 방치해선 안 된다.

최근 3년간 수능은 ‘불수능’과 ‘물수능’이란 평가를 번갈아 받았다. 2년 전 2024학년도 수능은 역대급으로 어려웠다. ‘킬러 문항’ 등 불수능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해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은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됐고, 2024학년도와 비교되면서 물수능으로 평가됐다.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난이도가 역대 어느 수능에 비해 잘 관리됐다”고 자평하며 “2026학년도 수능 역시 비슷하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물수능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올해 수능일이었던 지난달 13일 김창원 수능 출제위원장도 “(과목별) 표준점수 차이가 (작년과) 크게 나지 않도록 했다”며 “영어 같은 경우 절대평가인 만큼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적절하게 출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4일 공개된 수능 채점 결과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보다 8점이나 올랐고, 영어는 1등급 비율이 지난해의 절반인 3.11%로 폭락했다.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한다며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입시학원조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한다는 방침을 믿고 수시에 지원한 학생들은 최저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최저등급 기준을 못 맞춘 지원자가 많아지면 정시모집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수능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년 오락가락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이 들쭉날쭉한 난이도로 인해 소중한 수시 기회를 날리게 된다면 입시 과정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입시가 운이 아니라 준비된 실력에 따른 결과가 되게 하려면 먼저 수능 난이도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