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영어가 매우 어려웠고, 수학도 상위권 변별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는 1등급 비율이 3%대로 역대 가장 어려웠다. 매년 들쑥날쑥한 수능 난이도 때문에 입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지난해보다 8점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승한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점수로 난이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국어 변별력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등급과 2등급을 구분하는 점수(1등급컷)는 133점이다. 원점수 만점자와 1등급에 턱걸이한 인원의 점수 차가 14점이다. 1등급 내 변별력이 상당했다. 지난해는 1등급 내 격차가 8점이었다.
국어는 매년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출제 당국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2022학년도 149점, 2023학년도 134점, 2024학년도 150점, 지난해 139점이었다.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지난해보다 1점 하락했다. 하지만 만만한 시험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점수 만점을 받은 인원이 780명으로 지난해(1522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 1등급 구분점수(컷)가 128점으로 원점수 만점자와의 격차가 11점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수학 1등급 내 격차가 9점이었다. 올해 상위권 변별력이 더 강했다.
영어는 90점 이상을 받은 1등급 비율이 3.11%로 1만5154명에 불과했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종전 최저는 2024학년도 4.71%(2만843명)였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1등급 비율과 인원 모두 반토막났다. 지난해 1등급은 6.22%(2만8587명)였다.
영어는 절대평가 전환 취지가 무색해져 ‘난이도 참사’란 지적이 나온다. 영어 1등급 인원이 상대평가인 국어와 수학보다 오히려 적었기 때문이다. 국어 1등급은 2만2935명(4.67%), 수학은 2만1797명(4.62%)이다.
평가원도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인정했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국어와 영어가 의도와 달리 어렵게 출제됐다”며 “(영어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난이도를 목표로 했지만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시에서는 국어 성적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어와 수학 난이도 불균형이 지난해보다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8점 차다. 국어 만점자가 수학 만점자보다 8점을 더 받는다. 지난해는 두 영역 사이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1점에 불과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만점을 받고도 국어 고득점 학생을 이길 수 없는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에는 모두 49만3896명(한국사 기준)이 응시했다. 재학생 33만3102명, 졸업생 및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6만794명이었다. 전 영역 만점자는 재학생 4명, N수생 1명으로 모두 5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11명)의 절반 수준이다. 개인별 성적표는 5일 교부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