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된 지난 3일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취임 100일째이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정권을 내준 당의 재건을 맡아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는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장 대표의 100일은 의아함의 연속이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이가 전당대회에서 확연히 우클릭해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선출됐고, 중도 확장에 나서리란 기대와 달리 군중집회를 잇달아 열면서 ‘윤 어게인’ 세력을 향해 연설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고, “우리가 황교안”이라며 극우 인사를 품더니, 결국 계엄 1년을 맞아 윤 전 대통령의 논리를 가져온 듯한 메시지(“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선 것”)를 내놨다. 이러는 이유로 ‘내부 결집’을 말해왔지만, 수긍하지 못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별도의 계엄 사과에 나서며 오히려 ‘사과 내분’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송언석 원내대표가 같은 날 사과 회견을 한 점을 들어 투 트랙 전략이란 취지로 설명했는데, 지금 상황은 무슨 전략 따위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몽령을 비롯해 윤 전 대통령과 윤 어게인 세력의 여러 주장은 탄핵과 대선을 거치며 이미 공론장에서 배척됐다. 대다수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논리를 여전히 붙들고 있기에 계엄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당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무리 황당한 법안을 처리해도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대안 세력으로 봐주지 않는 지경이 됐다. 잘못된 과거, 극단적 세력과 확실히 단절하고 보수의 가치를 되살리는 쇄신을 이뤄내야만 이 정권에서 유의미한 견제 세력이 될 수 있다.
제1야당의 지리멸렬함은 한국 정치에 불행한 일이다. 삼권분립 등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 견제력 부재로 한 정당에 의해 좌우된다면 큰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이 속히 견제력을 회복하는 길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뿐이다.